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최재형 감사원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씨 관련 의혹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에 배당됐다. 윤 총장 부인 사건에 강도 높은 수사가 예고된 것이어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 간의 갈등을 증폭시킬 또 다른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4일 코바나컨텐츠의 전시회 협찬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관련 주가조작 의혹을 반부패수사2부(부장 정용환)에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로써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19일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며, 상급 기관의 지휘를 받지 않는 독립적인 수사를 지시한 윤 총장 관련 사건 4건의 수사가 모두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윤 총장 장모의 불법 요양병원 운영 의혹은 형사6부(부장 박순배)에서, 윤대진 사법연수원 부원장의 형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의 뇌물 수수 수사 무마 의혹은 형사13부(부장 서정민)에서 수사 중이다.
특히 윤 총장 부인이 연루된 의혹 사건에 반부패수사부가 투입되면서 긴장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반부패수사2부에 배당된 전시회 협찬 의혹은, 지난해 6월 김씨의 회사인 코바나컨텐츠가 ‘20세기 현대미술의 혁명가들’ 전시회를 주최했는데 애초 4곳이었던 대기업 등 협찬사 수가 16곳으로 늘었고 이 과정에 유력한 검찰총장 후보였던 남편의 후광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내용이다. 지난해 윤 총장 인사검증 과정에서 불거졌고, 올해 9월25일 시민단체가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도이치모터스 관련 주가조작 사건에 김씨가 참여했다는 의혹은 형사6부가 수사 중이었지만, 한국거래소의 심리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반부패수사2부에 재배당됐다. 이 사건들이 주목되는 이유는 올해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던 반부패수사부가 투입됐기 때문이다. 조국 전 장관에 대한 ‘무리한 수사’가 비대해진 특수부(반부패수사부 이전 명칭) 때문이라는 지적이 커지며 수사가 자제되던 상황이었지만, 윤 총장 가족 사건을 철저히 수사하라는 추 장관의 지휘권 발동 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가 수사의 전면에 나서게 된 것이다. 배당 과정도 순탄치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시민단체가 고발장을 낸 지난 9월25일부터 수사 주체를 지정하는 배당까지 40여일이 걸렸다. 반부패수사2부의 반발로 배당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도 돌았으나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배당을 하면 수사를 하는 것이지, 일선 부서에서 배당에 반발을 한다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 얘기”라며 부인했다.
사건의 실체적 진실과는 별개로 수사 과정에서 정치적 논란은 불가피하다. 윤 총장 가족 관련 의혹은 이미 지난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제기됐고, 여당이 적극적으로 윤 총장을 엄호하며 ‘근거가 없는 얘기’라며 일축했던 사안들이기 때문이다. 검찰의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과정에서 윤 총장이 반발하며 여권과 더욱 거세게 맞붙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윤 총장은 “제가 서울(중앙)지검장이어서 오히려 작년 이후에는 (전시회를) 안 했고 작년에 마지막으로 한 것도, 준비를 그전부터 해왔기 때문에 규모를 아주 축소해서 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반부패부가 수사를 해서 기소가 되면 무리한 수사의 결과라고 할 것이고, 무혐의 처분해도 배당 자체가 문제였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며 “김건희씨가 공직자가 아니므로 형사부를 보강해 수사하는 게 맞았을 텐데, 반부패부 배당으로 오해와 논란이 커질 것 같다”고 짚었다.
김태규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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