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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20년전 위안부 공론화 국제법정 재판장 “일, 사법적 책임 물게해야”

등록 2020-11-10 19:05수정 2020-11-10 21:04

일 ‘국가면제론’ 들어 소송 불응하자
“성노예제, 주권행위 적용 안돼” 일침
크리스틴 칭킨 교수.
크리스틴 칭킨 교수.
2000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일본군 성노예 전범 여성 국제법정’의 재판장으로 위안부 문제를 국제사회에서 공론화했던 국제법 권위자인 크리스틴 칭킨 명예교수(영국 런던정치경제대학교)가 한국 법원에 일본의 배상 책임을 인정해 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해 힘을 보탰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국제 민간법정에서 아시아 각국의 피해여성 78명의 증언을 듣고 참상을 알렸던 재판장이 20년이 지나 한국 법원에 일본에 사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거듭 밝힌 것이다.

고 곽예남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 20명을 대리하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일본군 위안부 문제대응 티에프는 10일 서울중앙지법 민사15부(재판장 민성철)에 일본의 ‘국가면제론’ 주장을 반박하는 크리스틴 칭킨 교수와 키이나 요시다 박사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일본은 외국 법원이 자국의 ‘주권행위’를 재판할 권리가 없다는 국가면제론을 들어 소송에 응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칭킨 교수는 의견서에서 “일본의 성노예제와 강제 성매매는 주권행위로 분류될 수 없다”며 “위안부는 무력 행사나 위협 등에 의해 ‘모집’됐고, 착취와 성노예의 대상이 되었다. 군사활동은 주권행위에 해당하지만 성 착취나 노동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칭킨 교수는 만약 위안부 문제에 국가면제론이 적용된다면, 이는 지난 20년간 전쟁·분쟁 상황에서 성폭력을 가장 심각한 국제범죄로 다뤘던 국제법적 흐름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위안부 국제법정이 열렸던 2000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최초로 ‘여성과 소녀를 대상으로 저지른 성폭력을 저지른 이들에 대한 기소 책임은 모두 국가가 진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한 바 있다. 무력 분쟁 상황에서 성폭력 피해자의 재판 청구와 배상 요구를 위한 국가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이에 칭킨 교수는 “(위안부 문제는) 여성과 소녀를 상대로 한 젠더기반 범죄이자 성폭력 사건이다. (다른) 국가면제 사건은 성폭력이나 성노예제 범죄를 다루진 않았다”며 “국제법상 성평등과 성범죄 법리가 발전해 온 것을 고려해 국가면제 법리를 재평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위안부 피해는 국가면제가 적용된 기존 사건과 달리 ‘성폭력 범죄’라는 것이 핵심이므로, 국제법적으로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국가 책임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만큼 재판부도 이러한 목소리를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소송에서 피해자들이 승소할 경우, 국가면제이론의 벽을 넘어 전쟁 피해자들이 배상 책임을 묻는 데 중요한 선례가 될 전망이다. 국가면제이론은 국가를 개인의 우위에 둔 이론이지만, 그 예외가 인정된다면 피해자들이 재판을 통해 배상 받을 권리가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경희대학교 백범석 교수(국제법 전공)는 “국제법적으로 인권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국가 중심의 국가면제이론도 점차 흔들리고 있다. 반면 개별 피해자의 권리는 모든 국가가 보장하는 추세로 발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승소 사례가 나온다면 다른 국가의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낼 시발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 2건의 위안부 피해자 소송은 연내 선고를 앞두고 있다. 앞서 고 배춘희 할머니 등이 낸 소송은 다음달 11일이 선고일이다. 고 곽예남 할머니 등이 낸 소송도 11일 이용수 할머니의 신문을 끝으로 선고가 이뤄질 전망이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관련기사 : 일 변호사들, 한국 법원에 “일 정부 위안부 책임 물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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