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미싱 앞에 앉은 조미자씨, 열네 살에 평화시장 봉제일을 시작했다. 허리도 못 펴는 다락방에서 쏟아지는 잠을 이기려 ‘타이밍’을 삼키며 일하던 시절이었다. 깜빡 졸다 미싱 바늘이 손가락에 박히자 당차게 ‘산재 처리’를 해달라며 찾아간 곳이 청계피복노동조합. 그렇게 노조를 알고 전태일 열사를 알게 돼 평생 정의롭게 살 수 있었단다. 돌아보면 지금도 가슴 떨리는 모진 시간들, ‘창동 어머니’(이소선 여사)가 있었고, 동갑내기 태숙이 같은 동지들이 함께했기에 가시덤불 헤치며 새 길을 만들 수 있었다. 전태일 열사가 제 몸을 불사르고 떠난 지 50년, ‘청계’와 함께한 ‘청춘’을 한땀 한땀 박아 넣으며 오늘도 그는 미싱을 탄다.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