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14일 낮 2시께 서울 여의도공원 인근 도로에서 전국노동자대회 본회의를 열었다. 강재구 기자.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커진 가운데 이날 서울과 전국 곳곳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등이 주최한 전국노동자대회가 예정대로 진행됐다. 경찰은 비상상황을 대비해 집회 금지 구역인 국회 주변에 차벽을 설치하기도 했다.
민주노총은 14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주변에서 전국노동자대회 본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민주노총 산하·가맹 조직도 서울 마포구 합정역 앞,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 등 서울 27개 지역에서 분산 집회를 열었다.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설치된 차벽. 연합뉴스
주최 쪽은 집회 참여 인원을 방역 기준에 따라 99명 이내로 유지하면서 참여자들에게 방역수칙 준수를 강조했다. 이날 오전 11시께 서울 중구 에스케이텔레콤(SKT)본사 앞에서 진행된 희망연대노조 집회에서도 참가자들은 집회 시작 전 체온을 측정하고 출입 명부를 작성했다. 사회자는 집회를 진행하면서 “거리두기 등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켜달라”는 안내를 여러 차례 하기도 했다. 80여명의 집회 참가자들은 마스크를 굳게 쓰고 1m가량의 거리를 유지한 채 집회에 참가했다.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 본대회도 비슷한 모습이었다. 여의도공원 인근 3개 차로 위에 설치된 대형 무대 뒤로 간이 의자 200여개가 마련됐지만 60여명의 참가자만 의자에 착석했다. 이들 주변으로 펜스가 설치됐다. 참가자들은 펜스 안으로 입장 전에 발열검사 뒤 출입명부를 작성하고 지급받은 페이스 실드(얼굴가리개)를 착용했다. 집회 관계자는 펜스 내 인원이 많아지자 “인원이 많아 출입할 수 없다”며 입장을 제한하기도 했다. 나머지 참가자들은 인도나 여의도공원 근처에서 행사를 지켜봤다. 본대회 장소 바깥까지 포함하면 100여명이 넘게 모였지만 어느 정도 간격을 유지했다.
집회 참여자들은 ‘노동조합법 개정안 철회’와 ‘전태일3법 통과’를 요구했다. 김재하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은 “50년 전 ‘근로기준법을 지켜라’고 했던 전태일 열사의 외침이 지금 우리에겐 ‘노동개악 저지하고 전태일 3법 쟁취하자’는 투쟁의 함성이다”며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는 열사의 당부를 전태일3법 쟁취 결의로 이어가자”고 말했다. ‘전태일 3법’은 근로기준법 11조 개정(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노동조합법 2조 개정(모든 노동자 노조 설립 권리 보장),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가리킨다. 정부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사업장 점거 제한 조항 등이 담긴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마련했는데, 민주노총 등은 이에 반발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14일 낮 4시께 전국노동자대회 본회의를 마친 뒤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으로 행진하고 있다. 강재구 기자.
1시간가량 이어진 노동자대회가 끝난 뒤 동일한 장소에서 전국민중대회가 연이어 열렸다. 전국민중대회에 참여한 인원도 노동자대회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들은 대회를 모두 마친 뒤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당사 주변 5개 구역으로 이동해 마무리 집회를 이어갔다.
한편, 경찰은 이날 낮 12시30분께 비상상황을 대비해 국회 주변에 경찰버스 60여 대로 차벽을 설치하기도 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일부 지역에서 있었던 도로점거 등에 대해 사법 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