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고 김광석씨 타살 의혹을 제기하며 부인 서해순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상호 <고발뉴스> 기자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씨에게 위자료 1억원을 지급하라”는 민사 판결과 엇갈린 결과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양철한)는 지난 13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이 기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씨의 요청에 따라 이틀간 진행한 국민참여재판 결과, 만장일치로 무죄 판단한 배심원의 의견과 재판부의 판단이 일치했다.
이 기자는 2017년 자신이 만든 영화 <김광석>을 통해 ‘1996년 김씨의 사망 원인은 자살이 아니라 타살이며 최초 발견자인 부인 서씨가 유력한 용의자’라는 취지의 허위사실을 유포해 서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공소사실에는 영화 개봉 뒤 서울중앙지검에 서씨를 살인 등의 혐의로 고소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페이스북 글과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이를 퍼뜨린 혐의도 포함됐다.
재판부는 “서씨가 김광석 타살의 유력 혐의자다”, “서씨가 상속재산을 독차지하기 위해 딸을 방치해 죽게 했다”는 영화 <김광석>과 이 기자의 기자회견, 페이스북 글, 인터넷 기사의 주요 내용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하지 않는 허위사실이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씨에게 서씨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고의가 있었다거나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공적인 관심 사안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며 수사를 촉구한 것이 영화와 기자회견 등의 주된 목적이어서 형사처벌에까지 이를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5월 서씨가 이 기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이 기자는 서씨에게 1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확정했다. “일반 대중들은 이 기자의 주장을 사실로 인식했고 이로 인해 서씨의 인격권이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하게 침해됐다”는 판단이었다. 같은 사건을 놓고 이처럼 민·형사 재판 결론이 갈리는 이유는 불법행위와 범죄의 입증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는 이 기자의 허위사실 유포로 서씨에게 발생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정했지만 명예훼손 형사 사건에서는 허위사실 유포에서 더 나아가 고의성과 목적, 공공성 등을 고려해 유·무죄를 달리 판단한다. 이 기자 명예훼손 사건을 담당했던 재판부도 이 기자의 손해배상 책임이 확정된 민사 재판 결과를 언급하며 “민사와 형사 판결의 입증 정도는 그 차이가 없다고 보기 어렵다”며 “(명예훼손)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입증됐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조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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