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열린 정의연 30주년 포럼 모습. 정의연 페이스북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운동이 수요시위나 피해자 지원보다는 한일 양국에 책임을 촉구하고 교육을 강화하는 데 힘써야 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발족 30년을 맞이한 현재, 피해자의 증언을 듣는 일을 넘어서 수십년간 미뤄져온 문제 해결과 미래세대 교육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지난 14일 ‘정대협·정의연 30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열고 위안부 운동의 성과와 목표 등을 조사한 설문 결과를 공개했다. 지난달 9~31일 인터넷을 통해 진행된 설문조사엔 1440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정대협·정의연의 활동을 묻는 질문엔 ‘수요시위’(39.6%)와 ‘소녀상 건립’(29.9%)이라는 응답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1992년부터 매주 이어져온 수요시위는 피해자가 직접 나서서 증언하고 시민들과 소통하는 장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의연이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한일 정부 책임 촉구’와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이 중요하다고 꼽은 응답이 각각 26.1%, 23.2%였지만 ‘수요시위에 집중해야 한다’는 응답은 10.9%에 그쳤다. 정의연이 다양한 여성인권·평화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연대해야 한다고 답한 비중은 13.6%였다.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 사회가 무엇을 해야 하나’라는 질문에는 ‘교과서 기록 및 역사교육을 강화해야 한다’(28.9%)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3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의 주어는 아베 전 총리로 개인의 입장 표명에 불과하다”며 “스가 총리 또는 도미타 주한일본대사가 총리로서 사과한다는 입장을 육성으로 발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대협·정의연은 1990년대 일본 검찰청에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고발장을 제출하는 등 일본 정부에 법적 책임을 촉구했고 그 결과 위안부 동원을 처음 사죄한 고노담화 등을 이끌어낼 수 있었지만 그 뒤 아베 정권은 이를 부정하고 외면했다. 정부에 등록된 피해생존자가 16명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피해자 중심주의’ 등 기존 운동방향을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정애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생존자의 이야기뿐 아니라 주변인들의 기억, 문헌자료의 비판적 독해 등을 통해서도 진실을 밝히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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