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수 대검찰청 감찰부장이 페이스북을 통해 ‘독직폭행 혐의로 기소된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 직무배제는 부적절하다’고 강조하자 한 평검사가 “뜬금없다”며 한 부장의 주장을 반박하는 글을 페북에 올렸다. 검찰 구성원들이 검사 징계 사안을 놓고 내부게시판이 아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공방을 벌이고 있는 모양새다. 검사들이 공개된 에스엔에스에서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의견을 나타낼 때는 일정한 준칙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지검의 한 평검사는 페북에 “(정 차장검사의) 독직폭행 기소 당부는 법원 고유의 권한 영역이고 주임검사 의사에 반해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하는 직무 이전/승계가 있었는지는 수사팀에 확인하면 금방 결론이 나는 것”이라고 적었다. 서울고검의 정 차장검사 독직폭행 혐의 수사와 관련해 “수사 완료 후 기소 전 사건 재배당이 이뤄져 주임검사가 아닌 다른 검사가 기소”했다며 기소 경위에 의문을 나타낸 한 부장을 비판한 것이다. ‘전체 공개’ 상태는 아니지만 본인과 관계 맺은 ‘페북 친구들’에겐 노출돼 사실상 외부에 공개된 글이었다. 재판·징계가 진행 중인 사안을 놓고 현직 검사들이 에스엔에스상에서 공개적으로 치고받은 셈이다.
검사들이 민감한 형사사건을 놓고 에스엔에스에 개인 의견을 드러내는 건 이번만이 아니다. 진혜원 서울동부지검 부부장검사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이 알려진 지난 7월 페북에 박 전 시장과 팔짱 낀 사진과 함께 “내가 (박 전 시장을) 추행했다”는 글을 올려 물의를 빚었다. 이에 여성변호사회는 진 검사의 글이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 성격이 짙다며 대검찰청에 징계를 요청한 상태다.
법원은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의 권고를 받아 “구체적 사건에 관해 논평하거나 의견을 표명하는 게 제한되고 타인에게 법률 조언을 하거나 정보를 제공해서도 안 된다”는 등의 에스엔에스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지만 검찰에는 이런 내규가 없다. 과거 몇몇 검사가 에스엔에스에 “깡치 사건(처리하기 어려운 사건) 또 왔다”는 글을 쓰거나 “우수검사상 받았다”며 사진을 올린 일을 계기로 준칙 제정을 논의했지만 구체적인 제한 범위를 정하지 못하고 논의가 흐지부지됐다. 재경 지검의 한 검사는 “규제가 없어도 검사가 자신이 맡은 직무에 관해 에스엔에스에 언급하지 않는 건 직업윤리의 문제”라고 말했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일반적인 의견 표명은 당연히 허용해야겠지만, 사건을 처리하는 검사의 경우 직무 관련 글에는 일정한 지침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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