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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국립박물관 중 관람객 꼴찌…‘스마트박물관’으로 주목도 높일 터”

등록 2020-11-19 17:51수정 2020-11-20 02:36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 박철규 관장
박철규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 관장.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박철규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 관장.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지난 5년 동안 관람객이 모두 48만 명 정도 됩니다. 연 평균으로 하면 전국 47개 국립박물관 중 꼴찌이죠.”

내달 설립 5년을 맞는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이하 역사관)을 지난해 9월부터 이끄는 박철규 관장의 말이다. 역사관은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2015년 12월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 옆에 들어섰다. 행정안전부 산하 공공기관인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이 위탁 운영하고 있다.

지난 17일 서울 공덕역 근처 카페에서 만난 박 관장은 “개관 이후 역사관은 빈약한 예산 지원 등으로 사실상 현장 유지만 해왔다. 앞으로 역사관을 유물과 자료, 전시를 온·오프로 통합한 스마트박물관으로 만들어 더 많은 사람이 찾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금 역사관은 대학박물관과 비슷해요.” 그가 직원이 31명이고 건축 면적이 3600여평이나 되는 역사관을 두고 볼멘소리를 하는 이유는 뭘까? “지난해 기준으로 역사관 전시나 유물 구매, 교육에 쓸 수 있는 순수 사업비가 1억8천만원에 불과합니다. 지난 5년 동안 비슷해요. 부산시립박물관만 해도 기획전 하나에 5억원 가까이 씁니다. 500억원을 들여 역사관을 지어놓고 사실상 방치해왔죠. 개관 때 한-일 관계를 이유로 그렇게 했는데 정권이 바뀐 뒤에도 특별한 변화가 없어요.”

작년 10월 역사관에 국민의 눈길이 쏠렸다.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찾아 꼼꼼히 전시를 관람하고 일본의 식민지배 역사도 사과했기 때문이다. 하토아먀 전 총리는 전시를 보고 “일본인들이 (한국의) 강제동원 역사관을 찾아 징용 등의 문제에 대해 겸허하게 역사적 진실을 직시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 일본 총리는 일제 강제동원 과정과 실태를 보여주는 전시 유물 해설을 일본어로 읽을 수 없었다. “76개 전시 패널 중 영어 설명이 있는 게 16개입니다. 일본어와 중국어는 하나도 없고요. 우선 내년 초까지 다른 예산을 줄여 영어와 일본어, 중국어 설명문을 만들려고 합니다. 역사관의 외국인 관람객은 연 1천명입니다. 그중 70%가 일본인이죠.”

내달 개관 5돌…작년부터 이끌어
“500억 건물 짓고 사실상 방치
전시·교육 사업예산 1억8천 불과
아태 강제동원 전문자료센터 꿈꿔”

진실화해위원회에서 5년 활동

그는 내년에 역사관을 ‘스마트박물관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를 위해 지역구 국회의원 등을 만나 예산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단다.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실감형 프로그램으로 전시 주목도를 높이려고요. 어린이 체험관을 활성화하고, 내달 역사관에서 시연하는 어린이인형극도 내년에는 정식으로 하려고요. 소장자료 서비스도 계획하고 있어요.”

그는 세계 유일의 일제 강제동원 박물관인 역사관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강제동원 전문자료 센터’ 구실도 할 수 있기를 바랐다. “현재 역사관에는 한국 사람들이 일본 강점기에 아시아 각 지역에 동원된 자료만 있지 아시아 다른 나라 주민들의 동원 자료는 없어요. 아시아 여러 나라의 강제동원 피해 실태를 보여주는 자료와 전시물을 모아 공유하는 스마트 자료관도 만들고 싶어요.” 그는 “아시아 각국의 피해 사례를 함께 보여주는 게 일제 강제동원에 대한 역사의식을 높이고 인권 및 세계 평화교육의 장이라는 역사관 설립 취지에도 더 다가갈 것”이라고 했다.

부산대 사학과를 나와 동아대에서 ‘해방 직후 부산지역 정치사회운동’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박 관장은 2005~2010년 진실화해위원회에서 항일독립운동 사건 등의 조사를 맡았다.

그는 “역사관 소장 유물의 90%는 기증품”이라면서 “앞으로 강제동원 피해자의 수기나 메모 자료가 더 많이 발굴되면 좋겠다”고도 했다. “수기나 메모는 강제동원의 내용을 풍부하게 채워줄 수 있는 자료이죠. 재단이 올해부터 피해 생존자 구술채록 작업을 시작했어요. 이 기록을 활용하는 몫도 역사관이죠. 일기나 일지는 감성적 접근을 해 사람들이 당시 상황을 더 잘 이해하도록 해주죠. 명부나 수첩과는 달라요. 어떤 사람들은 (태평양 전쟁 시기에) 일본 가서 사는 게 더 편했다고도 하잖아요. 수기류나 구술·채록 자료는 강제동원 진상을 복원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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