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스폰서로 성접대 등을 제공했던 건설업자 윤중천(59)씨가 대법원에서도 사기와 공갈미수 혐의만 인정돼 징역 5년6개월을 확정받았다. 상고심까지 쟁점이 됐던 성폭력 혐의는 끝내 공소시효의 벽을 넘지 못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26일 강간 등 치상(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과 사기(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윤씨에게 원심과 같은 징역 5년6개월에 추징금 14억8천여만원을 선고했다.
쟁점은 윤씨의 성폭행 혐의 시효 문제였다. 윤씨는 2006년 겨울부터 2007년 11월까지 원주 별장 등에서 피해자 이아무개씨를 3차례 성폭행한 뒤 피해자에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입힌 강간치상 혐의 등을 받았다. 그러나 윤씨의 강간·특수강간 혐의는 2007년 12월 형법 개정으로 공소시효가 10년에서 15년으로 늘어난 시점 이전에 발생해 시효 문제가 걸렸다. 이에 검찰은 피해자가 성폭행 사건으로 인해 2008년에 우울증 진단을 받고 2013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았기 때문에 ‘상해’가 발생한 시점을 기준으로 공소시효를 계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과 마찬가지로 “피해자가 입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윤씨의 범행으로 인해 발생한 것인지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강간치상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윤씨의 성범죄 혐의도 공소시효가 지나 면소 또는 고소 기간 도과로 공소기각 결정이 확정됐다. 대법원은 “(윤씨의) 성폭력 혐의 부분에 대해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의 입증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원심에 법리 오해나 심리 미진 등의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다만 윤씨가 내연관계에 있던 권아무개씨로부터 사업 목적 등으로 7개월간 21억원을 지급받은 사기 및 알선수재 혐의는 유죄로 인정한 원심을 확정했다.
앞서 윤씨는 2013년 3월 ‘별장 동영상’ 의혹이 제기된 뒤 두 차례(2013·2014년)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2018년 법무부가 ‘김학의 사건’ 재수사를 결정하면서 6년만에 기소될 수 있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