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영흥화력발전소 화물노동자 사망사고에 대한 발전비정규노동자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숨진 화물기사 심장선 씨의 아들(왼쪽 다섯번째)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버지 직업은 운전사였는데, 왜 그 위험한 데 올라가서 상차 작업까지 하셨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지난달 인천 영흥화력발전소(한국남동발전)에서 석탄재를 화물차에 싣다가 추락해 숨진 화물기사 심장선(51)씨의 사고 원인 규명을 촉구하는 아들 심씨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심씨는 “아버지 마지막 카드 결제내역을 보니까 저녁식사가 따뜻한 밥 한 공기가 아니라 파리바게트에서 3천원짜리 빵을 하나 사드셨더라”며 끝내 말을 잇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공공운수노조 발전비정규노조는 이날 오전 10시45분께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용균 씨의 죽음 이후에도 위험의 외주화가 계속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화물노동자인 심씨가 자신의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하청 업체 노동자라는 이유로 전가된 업무를 하다 목숨을 잃었다”고 지적하면서 “이번 사고의 진상을 규명하고 위험의 외주화를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또 “(사고 현장에서) 2인1조 근무가 지켜지지 않았고, 안전사고 발생이 예상됐지만 이를 관리·감독할 수 있는 현장의 안전 관리자는 없었다”며 “2인1조 근무를 지키고, 이와 별도로 안전 관리자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용역업체 안전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안전 인력을 증원해 작업 전 공정의 안전을 감독을 할 것을 촉구했다.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지난 9월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있었던 사고와 이번 사고 모두 안전장치 부족, 안일한 대처 등이 비슷했다. 위험의 외주화로 떠밀려 죽음의 외주화가 됐다”며 “달라지지 않는 발전소의 (비정규직 업무) 행태를 보니 울분이 터진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9시30분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한국발전기술지부와 시민사회단체 ‘청년 전태일'도 같은 장소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고 김용균 씨가 숨진 뒤 원청은 안전 인력을 충원했지만 하청 업체의 작업장에는 안전 인력이 충원되지 않았다”며 “김용균 씨 사망 이후 구조적 문제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말만 하고 현장 노동자를 기만하는 문재인 정부에 분노한다”고 비판하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정부에 촉구한 뒤 대통령 면담을 요구했다.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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