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 기자회견장에서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폭력 사건 2차 기자회견'을 앞두고 참석자들이 자리에 앉고 있다. 왼쪽부터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공동취재사진
서울시가 10일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발생 5개월 만에 ‘내부 성범죄 차단 대책’을 내놓았다.
서울시 성차별·성희롱 근절 특별대책위원회(특별대책위)는 이날 ①피해자 중심 성희롱·성폭력 사건처리 절차 재구성 및 단체장 사건 별도 절차 신설 ②세대별·성별 소통창구 제도화 및 비서실 기능구조 개선 ③고위직 성인지 특별교육 이수현황 공시제 도입 등의 성범죄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그간 서울시는 조직 내 성범죄가 발생하면 상담·신고·조사·징계 등을 4개 부서에 걸쳐 처리했다. 짧게는 8개월에서 길게는 12개월이나 소요됐다. 하지만 앞으로는 여성권익담당관으로 사건처리절차를 일원화해 최종 징계까지 걸리는 기간은 3∼4개월로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서울시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가 성범죄 여부를 결정하면 감사위원회는 재조사 없이 징계를 요구하고, 인사위원회는 다른 안건에 우선해서 성범죄 관련 안건을 처리하도록 했다. 또 피해자가 외부 수사기관을 신고했을 경우라도 피해자가 원한다면 수사와 병행해 내부 사건처리 절차를 진행한다.
특별대책위는 “조사의 독립성과 관련해 ‘내부=은폐, 외부=공정’이라는 공식은 부적절하다”며 “관련 분야 경력을 지닌 권익조사관을 별도 채용하고 ‘서울시 성희롱 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에 외부 전문가를 반수 이상 참여하도록 해 조사·결정의 독립성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2차 가해’ 관련 대책도 마련됐다. 여성폭력방지법에 근거해 2차 가해에 대한 정의를 확대해 공무원 징계규칙에 2차 가해자 징계규정을 분명히 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특별대책위는 5급 이하 직원들이 참여하는 ‘서울시 성 평등 문화 혁신위원회’도 상설 운영하기로 했다. 혁신위는 일상에서 겪는 성차별적 조직문화에 대해 논의하고 개선방안을 권고하는 기능을 맡게 된다.
또 서울시장 비서실의 기능도 바꾼다. 시장 비서실 직원들도 일반 직원들과 똑같이 희망전보 절차를 통해 선발한다. 특히, 이번 박원순 시장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지목된 서울시장실 내 수면실도 폐쇄한다.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수면실이 있는 곳은 공교롭게도 성범죄가 발생한 서울·부산 두 곳뿐이다.
이와 함께 서울시장을 비롯해 3급 이상 고위관리자에 대해서는 성인지·성폭력 교육이 실시된다. 특히, 이 교육 이수현황을 공개하기로 했다.
김은실 특별대책위 공동위원장은 “직장 내 성희롱 문제는 개인 간의 사사로운 사건이 아니라 조직 내 구조적 차원의 문제로 노동권 침해에 대한 문제”라며, “가해자 조치에만 그쳐서는 안 되며 구조와 문화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사건 진상조사를 하고 있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가 나오는 것까지 반영해 서울시가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수립하고, 서울시 성평등위원회에서 그 이행을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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