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성폭행 미수로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 받은 60대 남성에게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특수강도강간 혐의로 기소된 ㄱ씨(63)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1일 밝혔다.
ㄱ씨는 지난해 7월 제주시 한 주택에 침입해 잠을 자고 있던 ㄴ양(19)을 흉기로 협박해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구속됐다. 1심은 피해자가 진술한 범인의 옷차림이 인근 폐회로텔레비전(CCTV)에 찍힌 ㄱ씨와 유사했다고 판단했다. 또 디엔에이(DNA) 분석 결과 범행에 쓰인 것으로 의심되는 식칼에서 ㄱ씨의 지문이 발견되진 않았지만 칼날에서 ㄱ씨와 동일한 유전자형이 검출된 점도 근거로 들었다. 1심은 ㄱ씨가 비슷한 범죄를 저질렀던 전력도 제시하며 범행 방법이 유사하다며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ㄱ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묘사한 범인은 30∼40대 정도에 키가 180㎝라고 했는데, 이는 ㄱ씨의 인상착의(60대, 169㎝)와는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또 ㄴ양의 집으로 누군가 침입하는 장면은 폐회로텔레비전으로 확인되지 않는 상황에서 피해자의 집 뒷골목으로 걸어가던 남성을 ㄱ씨로 특정해 범인으로 볼 순 없다고 봤다. “ㄱ씨가 당시 행적이나 범행 현장 주변에 있었던 이유에 대해 이해하기 어려운 주장과 변명을 하지만, 시시티브이 영상에 촬영된 사람과 ㄱ씨가 동일인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유죄의 근거가 됐던 유전자 분석 결과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피해자는 범인이 목에 칼날을 대고 위협해 상처가 생겼다고 했는데, 칼날이나 손잡이 부위에서 피해자의 유전자와 범인의 지문 모두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또 “범행 현장에서 경찰이 철수한 후 상당한 시간이 흘러 감정 대상물(식칼)이 확보됐다. 식칼 칼날 부위에서 검출된 유전자형이 실제 범인에게 나온 것인지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항소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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