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숨진 뒤 반년 넘게 방치된 60대 기초생활수급자 여성의 주검이 한 사회복지사의 도움으로 뒤늦게 발견됐다.
14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방배3동 재개발구역 다세대주택에서 전세로 살던 김아무개(60)씨의 주검이 발견됐다. 방배경찰서 관계자는 “발견 당시 부패가 심하게 진행됐고 타살 흔적은 없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 부검했지만 아직 정확한 사망 원인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들 최아무개(36)씨 진술 등을 토대로 경찰은 김씨가 지난 5월께 숨졌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 사건을 처음 알린 <한국일보>는 아들 최씨가 숨진 어머니 곁을 지키다 전기가 끊기고 음식이 떨어져 노숙생활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전직 사회복지사 ㄱ씨가 노숙생활을 하던 최씨를 서울 동작구 지하철역에서 발견했는데 ‘어머니가 숨졌다’고 하는 말을 이상히 여겨 경찰에 신고해 김씨 주검이 발견된 것이다. 장애인 등록은 안 돼 있지만 발달장애가 있는 최씨는 어머니의 죽음에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하고 집을 나와 노숙생활을 한 것으로 보인다.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정부가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여러 대책을 내놨지만 김씨와 아들 최씨는 ‘복지 사각지대 발굴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기초수급자였던 김씨와 아들은 ‘근로능력이 있는 2인 일반가구’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이들은 연 1회 모니터링만 받았다. 2005년 뇌출혈 수술을 받은 김씨는 2017년 전단지 아르바이트를 했고 지난해에는 공공일자리 중 하나인 ‘모기 보안관’ 일을 했다고 한다. 방배3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질병으로 가족 중 1명이 일상생활이 곤란하면 모니터링 주기를 달리 적용하지만 아들에 대한 언급(장애 유무 등)이 없었다. 본인 언급을 많이 꺼렸고, 복지 혜택이 수치스럽다는 말을 하셨다”고 말했다. 세상을 떠난 지 반년 만인 지난 9일 김씨의 장례가 치러졌다. 서초구와 방배3동 주민센터는 최씨에 대한 생계비 지급 등 지원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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