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김영만 경북 군위군수가 18일 징역 7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같은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찬걸 경북 울진군수에게는 벌금 80만원이 선고됐다. 또 같은날 엄태항 경북 봉화군수는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다.
대구지법 형사11부(재판장 김상윤)는 18일 건설업자에게서 뇌물 2억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뇌물)로 기소된 김영만 군위군수에게 징역 7년, 벌금 2억원, 추징금 2억원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뇌물범행은 고도의 청렴성이 요구되는 선출직 공무원의 공정성 등을 훼손하는 범죄로서 죄책이 무겁다”며 “범행 일체를 부인하며 잘못을 반성하지 않는 점과 벌금형을 제외하고는 범죄전력이 없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김 군수는 건설업자 권아무개(55)씨에게 수의계약을 대가로 지난 2016년 3월과 6월 두차례에 걸쳐 2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권씨는 지난해 3~6월 군위군으로부터 19억원어치의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따냈다. 지난해 11월 구속된 김 군수는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주민투표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며 청구한 보석이 받아들여져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 왔다. 검찰은 지난달 13일 김 군수에게 징역 12년, 벌금 2억원, 추징금 2억원을 구형했다.
김 군수는 1991년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경북도의원에 당선된 뒤 지역 정가에 발을 디뎠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무소속으로 군위군수 선거에 당선됐고,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공천을 받아 재선에 성공했다. 최근엔 대구 군 공항 단독 유치 목소리를 높였고, 주민소환이 추진되기도 했다.
대구지법 형사11부(재판장 김상윤)는 이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찬걸 경북 울진군수에게 벌금 8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선거법의 입법 취지를 훼손하는 범죄로서 그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다만 실제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전 군수는 “모임을 개최한 것은 사실이지만 통상적 정당 활동이며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이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민의힘 소속인 전 군수는 제21대 국회의원선거를 앞둔 지난 4월5일 울진군청 군수실에서 지방의원들과 만나 ‘같은 당 후보를 도와달라’고 발언해 지난 10월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5일 전 군수에게 300만원의 벌금형을 구형했다.
직권남용 등의 혐의를 받는 엄태항(72·사진) 경북 봉화군수는 이날 오후 2시30분께 대구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았다. 하지만 강경호 대구지방법원 영장 전담 판사는 이날 오후 6시50분께 엄 군수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강 판사는 “증거인멸이나 도망할 염려가 없고 현 단계에서의 구속은 피의자의 방어권을 지나치게 제약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로써 엄 군수는 앞으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대구지방검찰청 반부패수사부(부장 고형곤)는 전날 직권남용과 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으로 엄 군수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엄 군수는 지난해 봉화군이 발주한 공사와 관련해 이권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16일 봉화군청 군수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엄 군수는 봉화군수 선거에 무소속으로 6번 출마해 4번이나 당선된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엄 군수는 1991년 지방선거에서 당시 민주자유당 공천을 받아 경북도의원이 됐다. 이어 그는 1995년 지방선거에서 봉화군수에 출마해 당선됐다. 1998년 지방선거에서는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는 2002년 지방선거에서 3선에 도전했다가 떨어졌다.
그는 2007년 4월25일 치러진 재보궐선거에서 봉화군수 재선거에 당선되며 화려하게 복귀했다. 하지만 2010년 지방선거에는 또 낙선했다. 그는 이후 2018년 지방선거에 나와 다시 당선됐다.
김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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