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 피에스디(PSD)지회 조합원들과 청년전태일, 서울청년진보당 회원들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아이를 억울하게 보낼 수 없다’며 절규하던 (구의역 김군) 어머니의 유일한 바람이 무엇이었는지 아십니까? “우리 아이의 잘못이 아니었음을 밝혀달라”, “명예를 회복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구의역 김군 동료 임선재 서울교통공사노조 피에스디(PSD)지회장)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스크린도어 작업 중 숨진 ‘구의역 김군’을 두고 “걔(김군)만 조금 신경 썼으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될 수 있었다”며 고인의 책임을 묻는 발언을 한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김군의 동료들과 노동·청년단체 등이 변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했다.
서울교통공사노조 피에스디지회, 공공운수노조 한국발전기술지부, 청년전태일 등은 20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구의역 김군의 죽음을 모욕한 변 내정자는 즉각 장관직을 자진 사퇴하거나, 청와대가 임명을 철회하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김군의 사고는 비용 절감을 위해 2인1조도 지킬 수 없던 과도한 업무량, 노동자가 숨져도 아무도 처벌받지 않은 구조, 위험의 외주화로 인한 사회적 타살이었다”며 변 후보자 발언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김군의 동료였던 임 지회장은 “변 후보자에겐 ‘아무것도 아닌 일’,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죽음 중 하나’이지만 우리에겐 나 자신이 죽는 것과 같은 고통이다”라며 “변 후보자 같은 사람들로 우리 사회 곳곳이 여전히 구의역이고, 2016년 5월28일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고 김용균씨의 동료라고 밝힌 노훈민 공공운수노조 한국발전기술지부 분당지회장도 “변 후보자의 발언은 김용균 같은 사고는 본인 부주의가 가장 큰 원인이라는 회사의 발언과 닮았다”고 꼬집었다.
변 후보자는 2016년 6월30일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시절 내부 회의에서 “구의역 사고를 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 때문에 사람이 죽은 것이고, 이게 시정 전체를 다 흔든 것이다”, “위탁업체 직원이 실수로 죽은 거다. 사실 아무것도 아닌데 걔(김군)가 조금만 신경 썼으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될 수 있었는데 이만큼 됐다”고 발언한 사실이 최근 드러나 논란이 됐다. 당시는 서울 구의역에서 홀로 스크린도어 수리 작업을 하던 중 열차에 끼여 숨진 김군(19살)의 죽음(5월28일)을 두고 ‘위험의 외주화’를 해결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던 시기였다. 변 후보자가 지난 18일 사과문을 내어 “저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으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지만 시민단체와 노동자들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도 이날 성명을 내어 “국토교통부는 정부부처 중 산재사고가 가장 많이 나는 건설업을 관장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죽을 때마다 장관은 ‘걔들의 실수’로 책임을 전가하고, ‘정말 아무것도 일도 아닌 일’이라고 할 것이냐”고 지적했다.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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