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대망’ 1권 겉표지. 예스24 누리집 갈무리.
한국에서 <대망>이란 이름으로 알려진 일본 소설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번역해 출간한 출판사 대표의 저작권법 위반 혐의가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됐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고아무개 동서문화동판(전신 동화문화사) 대표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1일 밝혔다. 고 대표는 1975년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전체번역한 <대망>을 처음 출간했는데 2005년에 원저작자의 동의 없는 재출간이 저작권법 위반이라며 기소됐다. 1995년 저작권법 개정으로 원작이 저작권 보호를 받는 ‘회복저작물’이 됐고, 1975년판 대망은 이를 번역한 ‘2차적 저작물’로 인정받았다. 고 대표는 이 점을 들어 “2005년판 <대망>은 1975년판 <대망>에서 맞춤법 등을 수정한 결과물로, 새로운 저작물이 아니라 2차 저작물을 이용한 것”이라며 저작권법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1·2심은 “2005년판은 번역자의 창작적 노력에 의해 추가된 표현과 새로 선택한 표현이 상당수 발견된다”며 “2005년판은 1975년판과 동일한 저작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2005년판을 출간하면서 원작자 동의를 받지 않았으므로 저작권법 위반이라는 판단이다. 1심은 고 대표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은 2차 저작물 이용행위가 실질적인 동일성이 유지되는 범위에서의 이용만을 의미한다고 전제해 2차 저작물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했다”며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1975년판 <대망>은 원작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표현을 그대로 직역한 부분도 많지만 어휘 구문의 선택과 배열, 문장의 장단, 문체 등에서 창작적 노력이 나타난 부분이 다수 있고, 이러한 표현은 2005년판 <대망>에도 상당 부분 포함돼 있다”며 “2005년판은 2차 저작물(1975년판)의 이용행위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