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지(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이 농성 중인 24일 오후 영등포구 엘지(LG)트윈타워 로비에서 고용승계를 염원하는 시민들의 마음이 담긴 선물 상자로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고 있다.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24일 서울 영등포구 엘지(LG)트윈타워 1층 로비에 시민들이 보내온 선물 상자가 하나둘 쌓였다. 핫팩 등이 담긴 상자엔 ‘청소노동자의 크리스마스 선물은 고용승계’, ‘내년에도 일할 수 있게’란 글씨가 큼지막하게 적혀 있다. 쌓아놓은 상자 위에 금색 별을 장식하고 불을 밝히자 그럴듯한 성탄절 트리가 됐다.
성탄절 트리는 용역업체 변경을 이유로 12월31일부로 집단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엘지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을 위한 것이다. 이들은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지난 16일 파업에 돌입한 뒤 건물 로비에서 노숙 농성을 하고 있다.
80여명의 청소노동자가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건 지난달 30일이었다. 트윈타워를 관리하는 엘지의 자회사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은 청소 용역업체 변경을 이유로 현재 계약 업체인 지수아이앤씨와의 계약을 종료했다. 청소노동자들은 지수아이앤씨 소속이다. 정부 지침은 원청 사업자가 용역업체가 바뀌더라도 하청 노동자들의 고용승계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그러나 5~10년간 트윈타워를 청소해온 이들에게 돌아온 건 지수아이앤씨가 내민 사직서와 250만~500만원의 위로금이었다. 이들 중 30여명은 계약해지가 부당하다며 파업에 나섰다. 노동자들은 지난해 10월 노조를 만든 뒤 회사와 단체교섭으로 갈등해왔다는 이유 등으로 계약해지를 통보한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이러한 소식이 알려지자 전태일재단,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69개 단체가 참여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가 청소노동자들과 손을 잡았다. 지난 16일부터 진행된 집단해고 철회 온라인 서명에 이날 기준 1만4800여명이 동참했다. 시민 1180여명은 ‘밥 한끼 연대’를 외치며 밥값을 아낀 돈 2260여만원을 성금으로 보냈다. 공대위는 지난 23일 ㈜엘지에 면담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이곳에서 7년여간 일한 청소노동자 유재순(63)씨는 “지난 7년 동안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해왔는데 하루아침에 해고 통보를 받았다. 동료들과 함께 내년에도 일할 수 있게, 따뜻한 연말을 맞을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수아이앤씨는 “해고되는 것이 아니라 65살 정년퇴직자 외에는 개인 의견을 반영해 타 사업장 전환 배치 등 고용유지를 해나갈 것이다”라고 밝혔다.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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