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리고 욕하는 상사, 별장에 불러 김장 시키는 사장, 하청업체 직원 부려먹는 공공기관 직원…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선정한 올해의 갑질 사건 10건 중 일부다. 직장갑질119는 올해 1월1일부터 12월25일까지의 제보 2849건 중 ‘10대 갑질’ 사례를 선정해 27일 공개했다. 사례를 보면, 사회적 공분을 자아냈던 양진호 전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폭행·폭언’, 조현민 한진칼 전무의 ‘물컵 갑질’과 비슷한 직장갑질들이 계속되고 있었다.
직장인 ㄱ씨는 “차에 같이 타고 있을 때 제 머리를 손으로 두 차례 가격했고 실수했다는 이유로 ‘XX새끼, 병신아 왜 그랬냐? 한숨 쉬냐? 죽을래?’ 등 폭언과 욕설을 퍼부었다”는 직장상사를 신고했다. 직장갑질119는 이 사례를 ‘양진호상’(폭행)으로 선정했다. 시설관리 하청업체 직원에게 화단 꾸미기, 피아노 나르기, 식비 대납 등을 강요하며 부려먹은 공공기관 직원은 ‘조현민상(원청 갑질)’에 선정됐다. 직원을 자신의 별장에 불러 밭의 잡초를 뽑게 하고 김장을 시킨 데 이어 매달 야외활동이라는 이름으로 1박2일간 별장 주변 나무 심기, 울타리 공사 등을 지시한 사장도 있었다.
이밖에 △“알바 써준 것만 해도 고마운 줄 알아. 너 돈 주고 써줬으면 엎어져 절이라도 해”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대기업 화장품 회사 지점장(모욕대상) △화장실 이용 시간을 10분으로 제한한 회사(황당무상) △병원에 폐회로텔레비전을 설치해 직원들을 실시간 감시한 병원장 부부(훔쳐보상) 등이 10대 갑질 사례에 선정됐다고 직장갑질119는 밝혔다.
이들 중 가장 악질적인 사건으로 꼽힌 ‘갑질대상’은 한 중소기업 사장의 몫이었다. 여러 계열사를 거느린 이 사장은 △코로나19를 이유로 6개월간 무급휴가 또는 6개월간 무임금 노동 강요 △직원 수를 5인 미만으로 위조해 수당 미지급 △4대 보험 미가입 △연차휴가 미제공 △여직원 성희롱 △외모비하 발언 등을 일삼았다고 한다.
직장갑질119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된 지 1년5개월이 넘었지만 직장인들은 여전히 다양한 갑질에 시달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피해자 보호나 가해자 징계 등 의무사항을 지키지 않으면 처벌하는 조항을 신설하고 노동청 신고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와 국회가 법 개정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장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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