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국내 주요뉴스를 선정하기에 앞서 잠시 고민했다. 연말이 되면 각 언론사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내놓는 ‘올해의 뉴스’‘올해의 인물’‘올해의 말’과 같은 기사들의 범주는 서로 그리 크게 다르지 않다. 각 언론사가 한 해 내내 주요하게 다뤄온 뉴스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한겨레>가 11개의 뉴스를 고른 것은 이 사안들이 단지 2020년으로 사라지는 게 아니라 앞으로도 우리 사회가 계속 답을 찾아야 하는 질문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① 공공의 역할과 공존의 삶을 묻다 : 코로나19 팬데믹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원인 불명의 집단 폐렴이 시작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알려진 감염병은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백신도 치료제도 없는 바이러스의 습격에 모두가 속수무책이었다. ‘코로나19’라는 이름은 세계보건기구(WHO)가 2월12일 ‘COVID-19’로 명명하고 난 뒤에야 붙었다. 초기에만 해도 코로나19 유행이 올해 내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지만, 이 바이러스는 전세계에서 8천만명이 넘는 확진자를 발생시키며 촘촘히 연결된 지구촌 사회와 사람들의 삶 자체를 바꿔놨다.
국내에서는 1월20일 우한에서 입국한 중국인 여성이 첫 확진 판정을 받았다. 2월18일 신천지대구교회 신도인 31번 환자가 발생한 이후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한 1차 유행과 수도권에서 번지기 시작한 2차 유행, 현재의 3차 유행에 이르기까지, 일일 신규 확진자 수 통계는 매일 아침 기상 정보처럼 우리 일상에 들어왔다. 29일 기준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5만8725명에 이른다. 인명 피해도 적지 않았다. 경북 청도대남병원 확진자가 2월19일 처음 사망한 이후, 지금까지 859명이 숨졌다. 특히 3차 유행의 확산세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사망자의 3분의 1 정도가 이달 들어 숨졌다.
방역당국이 2월 말 권고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익숙함과의 단절을 의미했다. 학생들은 학교로 등교하는 대신 집에서 원격수업을 받았고 직장인들은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온라인 쇼핑과 포장·배달 등 비대면 서비스가 활성화됐다. 연말 모임도 랜선 송년회로 바뀌었고 해돋이 명소들은 모두 폐쇄됐다.
무엇보다도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은 취약계층을 정조준하며 우리 사회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비정규직·프리랜서 등의 고용불안과 소득감소가 심화됐고, 부실한 공공의료체계로 인해 유행이 커질 때마다 병상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 요양병원·요양원 등이 코로나19 고위험시설로 지목되면서, 취약한 돌봄 서비스의 문제도 부각됐다.
이달 영국·미국 등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인류가 감염병을 ‘백신’으로 정복해왔듯, 언젠가는 코로나19도 같은 결말을 맞을 것이다. 하지만 인수공통감염병의 잦은 출몰은 이제 인류에게 피할 수 없는 하나의 ‘상수’가 되어가고 있다. 그렇기에 바이러스가 한국 사회, 나아가 지구촌에 던진 여러 질문은 계속 유효할 수밖에 없다. 공공의 역할이란 무엇인가, 함께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지구는 지금까지의 개발 방식을 지속해야 하는가.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② 노동자들의 죽음을 이대로 둘 것인가 : 택배노동자 과로사
시작은 3월12일 배송 중 계단에서 쓰러진 47살 쿠팡 택배노동자의 죽음이었다. 4월10일과 5월4일에는 씨제이(CJ)대한통운 40대 택배노동자 2명이 잇따라 숨졌다. 6월11일에는 로젠택배 31살 노동자가 사망했고, 7월5일에는 씨제이대한통운 47살 택배노동자가 심근경색으로 숨졌다. 코로나19로 인해 택배 물량이 폭증했고, 업무 부담은 고스란히 택배노동자의 몫이 됐다. 특히 배달 업무를 맡아야 할 택배노동자가 ‘공짜 노동’인 분류 작업에까지 투입되는 상황은 택배 과로사 유발 구조의 핵심으로 꼽혔다.
7월28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가 출범했지만, 정치권과 업계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택배노동자들은 계속 스러져갔고, 지난 23일 34살 롯데택배 노동자의 사망까지 올해만 모두 16명이 과로사로 숨졌다.
죽음의 행렬은 택배·배달 노동자들이 자유롭게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법적 노동자에 포함될 수 있도록 노동조합법과 근로기준법을 개정하고, 중대재해를 발생시킨 기업을 엄히 처벌하도록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라는 목소리를 불렀다. 하지만 어느 것도 이뤄지지 않은 채 2021년을 맞게 됐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③ 한국인에게 ‘집’이란 무엇인가 : 들끓은 부동산 시장
올해는 강원과 제주를 뺀 전국 15개 시도에 규제 지역이 생길 정도로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면서 각종 신기록이 쏟아졌다.
12월 첫주 전국 아파트 매맷값은 2012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 상승률을 보였고, 지난 7월 주택 거래량 역시 2006년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찍었다. 6·17 대책, 7·10 대책, 8·4 대책 등 투기 수요를 억제하고 공급을 확대하는 정부의 정책이 이어졌지만 집값 상승세를 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다주택자들은 양도세 중과 유예에도 ‘매도’ 대신 ‘증여’를 선택했고, 온갖 대출을 동원해 ‘공황매수’(패닉바잉)에 나서는 ‘영끌 2030’이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주체로 주목받았다. 3기 신도시 사전청약, 태릉골프장 등 저렴한 공공분양 공급 계획이 나왔는데도 막대한 시세차익을 노리는 ‘로또 청약’에 수십만명의 무주택자가 몰렸다. 1981년 제정 뒤 40년 만에 처음으로 세입자에게 ‘계약갱신청구권’을 보장한 임대차 3법 개정은 시장의 거센 저항에 직면했다. 특히 법 적용을 못 받는 신규 계약 시장에서 전세 품귀, 전셋값 급등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전세난민’으로 소환되기도 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④ 거대여당을 향한 민심의 향방은? : ‘슈퍼여당’ 탄생
“과반을 했다면 들떴을 수도 있는데, 외려 차분하고 무거운 분위기였다.”(한 청와대 인사, 총선 다음날)
승패를 따지는 게 무의미했다. 2020년 4월15일 치른 21대 총선은 더불어민주당에 지역구 163석을 안겼다. 민주당의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얻은 17석을 더하면 사실상 180석 단독 확보였다.
‘180’은 절묘한 숫자였다. 국회선진화법은 1당의 독주를 막기 위해 의석의 5분의 3(180석)을 기준으로 각종 장치를 마련해뒀다. 민주당은 혼자 힘으로 이런 허들을 모두 넘어설 수 있게 됐다. 의석의 3분의 2(200석)가 필요한 개헌 외에는 모든 것이 가능해졌다. 국회가 문을 열자 민주당은 공세적으로 움직였다. 국민의힘의 ‘포기 전략’에 힘입어 국회 상임위원장 전석을 가져간 민주당은 임대차 3법, 국가정보원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 등을 사실상 단독 처리했다.
반년 남짓 흐른 뒤 민심의 평가는 냉정하다. 28일 발표된 정당지지도를 보면, 민주당 지지율은 29.3%로 현 정부 출범 이후 최저치다.(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21~24일 20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2.2%포인트) ‘슈퍼여당’의 신년은 어떨까.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⑤ 왜 아동학대는 끊이지 않는가 : 보호받지 못한 아이들
비단 올해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아동인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 수준이 거의 없다시피 하던 시대도 아니요, 부족하나마 제도 개선도 이뤄졌는데 끊이지 않은 아동학대 사건 소식이 더욱 마음을 아프게 했다.
6월, 충남 천안에서는 9살 어린이가 아버지의 동거녀에 의해 가방에 갇히는 등의 고문에 가까운 학대를 당하다 숨졌다. 그는 1심에서 징역 22년을 선고받았지만 형이 무겁다고 항소해 비판을 받았다. 같은 달 경남 창녕에서는 9살 여자 어린이가 쇠사슬에 묶여 감금당하는 등의 학대를 받다 맨발로 집을 탈출해 부모가 입건됐다. 10월에는 서울에서 생후 16개월 된 입양아를 때려 숨지게 한 부모가 재판에 넘겨졌고, 인천에서는 지난 3월 생후 7개월 된 아들을 방바닥에 던져 숨지게 한 20대 여성이 구속됐다.
방치 또한 중대한 아동학대다. 11월 전남 여수에서는 40대 친모가 생후 2개월 된 쌍둥이 아들을 쓰레기에 덮인 집에 방치하다 숨지자 냉장고에 주검을 숨겨 구속됐다. 9월 인천에서는 부모가 외출한 사이 10살, 8살 초등생 형제가 있던 집 안에 불이나 동생이 숨졌다. 문선종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사회복지사는 “코로나 때문에 학교가 쉬면서 아동학대 감시체계가 약해졌다. 이웃의 관심이 필요한 때다”라고 말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⑥ ‘박사’ 이후 디지털성범죄는 정말 근절될까 : ‘엔번방’ 추적
2020년은 수많은 피해자의 삶을 파괴한 디지털 성범죄라는 ‘지옥’에 균열을 내기 시작한 해다. 텔레그램 엔(n)번방에 퍼지는 디지털 성착취물의 문제를 처음 알린 추적단 ‘불꽃’의 배턴을 <한겨레>가 이어받고 ‘엔(n)명의 여성’들이 이를 사회적 의제로 밀어올렸다.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하고, 유사 범죄를 뿌리째 뽑아야 한다는 시민들의 분노는 국회와 법원까지 움직였다. 국회는 지난 4월 불법 성적 촬영물을 이용해 협박·강요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조항 등을 담은 ‘엔번방 재발 방지법’을 통과시켰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9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 상습범에 대한 권고형량을 최대 29년3개월로 높이는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안’을 마련했다.
지난달 26일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에게 법원이 징역 40년을 선고한 것은 ‘디지털성범죄 근절을 위한 노력이 ‘시즌2’에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가해자들이 죄에 걸맞은 죗값을 치르고 피해자들이 일상을 회복하려면 법과 제도를 꾸준히 정비해나가야 한다. <한겨레21>이 문을 연 ‘디지털성범죄 끝장 프로젝트 너머n(stopn.hani.co.kr)’에는 지금 이 순간도 디지털 성범죄 관련 기록이 업데이트되고 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⑦ 일터에 존재하는 ‘위력’을 묻다 : 박원순·오거돈 ‘권력형 성범죄’ 파문
2년 전 ‘미투’의 확산과 함께 한국 사회에 각인된 ‘권력형 성범죄’라는 이슈가 또다시 올해를 뒤흔들었다.
7월8일 서울시 직원인 피해자가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했다. 9일 오후 박 시장 실종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10일 새벽 서울 북악산에서 숨진 박 시장을 발견했다. 경찰은 46명의 수사전담팀을 꾸리고 다섯달 넘게 수사에 매달렸지만, 피고소인이 숨져 ‘공소권 없음’으로 12월29일 수사를 종결했다. 피해자는 “4년간 위력에 의한 성추행을 당했으며 다른 부서로 발령된 뒤에도 지속됐다”고 밝혔다. ‘가해자가 숨졌으니 성범죄가 있었는지를 가릴 수 없다’는 주장도 있었으나, 여성단체는 “이 사건은 피해자가 여전히 존재한다. 결코 진상규명 없이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반박한다.
피해자의 피해는 끝난 게 아니다. 여섯달 동안 피해자에 대한 신상털이와 혐오 발언 등이 이어졌고, 일부 박 전 시장 지지자들은 피해자의 이름까지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피해자를 지지하는 시민들은 연대의 메시지를 보내고, 2차 피해를 중단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4월23일엔 오거돈 부산시장이 성추행 범죄를 저질러 사퇴했다. 이로써 더불어민주당에서 차지했던 서울과 부산의 시장 자리는 공석이 됐고, 2021년 4월7일 보궐선거를 치른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⑧ ‘K컬처’ 같은 한국사회를 꿈꾸다 : 봉준호와 BTS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문화예술계가 초토화된 한 해였지만, 그 와중에도 빛나는 작품들 덕에 희망을 품을 수 있었다.
먼저 우리를 웃게 한 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었다. 지난해 한국 영화 최초로 프랑스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의 영예를 안더니, 지난 2월 열린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감독상·각본상·국제영화상 등 무려 4개의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92년 아카데미 역사상 비영어권 영화가 작품상을 받은 것이나 작품상과 국제영화상을 동시에 받은 것은 처음이다. <기생충>은 한국 영화사뿐 아니라 세계 영화사도 새로 쓴 셈이다.
배턴을 이어받은 건 그룹 방탄소년단(BTS)이었다. 지난 8월 발표한 노래 ‘다이너마이트’로 한국 가수 최초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 100’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지난달 발표한 미니 앨범 <비>(BE)의 타이틀곡 ‘라이프 고즈 온’으로 또 한 차례 같은 차트 정상에 올랐다. 영어 노래였던 ‘다이너마이트’와 달리 한국어 노래로 일군 성과여서 더 뜻깊었다.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두 노래는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세계인을 웃게 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⑨ 위안부 운동 사회적 합의는 언제나 : 정의연 회계부정 논란
5월7일 대구시 한 찻집에서 열린 회견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가 윤미향 전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의 국회 진출에 반대하며, 반일을 앞세우는 수요집회 중단과 정의연이 벌인 각종 모금의 사용처 의혹 등을 제기했다.
정의연이 주도해온 위안부 운동은 명실상부 지난 30여년 동안 한국 사회가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대일 전후보상’과 ‘역사 바로 세우기’ 작업의 핵심이었다. 그랬기에 이 할머니의 발언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윤 전 이사장과 정의연의 공과를 어떻게 자리매김해야 할지를 두고 우리 사회는 다시 격렬하게 양분될 수밖에 없었다. 이 혼란 중에 할머니들을 가까이서 모셔온 활동가 한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12·28 합의가 무력화한 뒤 피해자들의 고통 치유를 위한 후속 조처도, 한-일 관계 개선도 하지 못한 문재인 정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 또한 높아져 갔다.
서울서부지검은 9월14일 국회의원 신분이 된 윤 전 이사장이 정의연 모금액과 단체운영비에서 1억원을 개인 용도로 임의사용한 혐의(업무상 횡령) 등이 있다며 불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위안부 운동이 향후 무엇을 지향해갈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여전히 이뤄지지 못한 상태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⑩ 검찰의 독립성과 민주적 통제를 묻다 : 검찰개혁과 추-윤 갈등
검찰개혁의 상징처럼 굳어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과 검·경 수사권 조정안 시행이 마침내 결실을 본 한해였다. 수사권 조정안은 새해 첫날인 1월1일 시행된다. 공수처 역시 올 한해 계속된 야당의 반대와, 이를 무력화한 여당의 공수처법 재개정을 거치는 산고 끝에 출범하게 됐다.
문재인 정부 1호 공약이었던 ‘검찰개혁’이 성과를 낸 건 분명하지만, 1년 내내 끊이지 않았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충돌, 이른바 ‘추-윤 갈등’은 현 집권세력에 깊은 상처와 과제를 남겼다. 추미애 장관의 인사권과 감찰권·징계권이 윤석열 총장을 향해 남발되면서 여러 절차적 정당성의 문제를 남겼다. 결국 두번의 법원 결정과 나빠진 여론 앞에서 초유의 검찰총장 직무정지와 정직 징계는 빛이 바랬다.
1월3일 취임해 누구보다 파란만장한 한해를 보낸 추 장관은 지난 12월16일 사의를 표명했다. 하지만 그가 의도치 않게 남긴 부작용은 새해에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중립과 독립이 생명인 검찰총장이 대선주자 지지율 1위(리얼미터 28일 발표)에 오르고, 검찰총장이 이런 상황을 방치하는 기괴한 장면은 그 자체만으로도 올해의 뉴스감이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⑪ 기후변화에 ‘나중에’란 가능한 답인가 : 이상기후와 역대 최장 장마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유독 이상기후가 기승을 부린 한 해였다.
중부지방에선 6월24일부터 8월16일까지 무려 54일 동안 장마가 이어졌다. 이 기간 비가 내린 강수일수도 34.7일에 이른다. 중부지방 평년(1981~2010년) 장마 기간은 31.3일, 강수일수는 17.2일이었다. 올해 장마는 이보다 20일 이상 길고, 강수일수는 두 배 많았다. 1973년 기상청의 전국 관측 체계가 마련된 이래 사상 최장 장마였다. 직전 기록은 2013년의 49일로, 7년 만에 경신된 기록은 앞으로도 계속 새로 쓰일 가능성이 크다.
여름철 이상기후는 한반도만의 현상이 아니었다. ‘지구에서 가장 추운 마을’ 시베리아 베르호얀스크의 6월 기온은 평균 20도가량이다. 올해에는 1885년 관측 이래 가장 높은 38도까지 치솟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모하비사막 북쪽 ‘데스밸리’의 경우 7월에 54.4도까지 뜨거워졌다. 1913년 56.6도를 찍은 이래 가장 높았다. 전문가들은 20세기 초 부정확한 관측기술을 고려하면 사실상 역대 최고기록으로 본다.
인류가 배출한 이산화탄소로 북극 기온이 높아지면서 장기 장마와 이상고온이 나타났다는 게 기상학자들의 설명이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