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경력 15년 이상의 부장판사 3명이 재판부를 구성해 심리를 진행하는 ‘경력대등재판부’(대등재판부)가 올해에도 확충된다. 쟁점이 복잡하거나 여론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중요 사건에서 경력법관들이 머리를 맞대면 재판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거라는 법원 내부의 기대가 반영된 것이다.
7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지난해 12월, 1심 재판을 담당하는 지방법원(서울행정법원·가정법원 포함)을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실시한 결과, 올해 20여개의 대등재판부 신설을 희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9년 서울중앙지법과 대전·대구 등 8개 지방법원 및 1개의 지원 24개 재판부에서 처음 설치된 뒤 지난해 53개 재판부로 확대된 데 이어 올해는 70여개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대등재판부에 대한 관심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1심 재판에서 시작됐다. 이 사건은 2019년 11월, 부장판사 1명과 배석판사 2명으로 구성된 일반적인 형태의 형사합의부(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에 배당됐다. 그러나 지난해 1월 첫 재판이 시작된 뒤 공소장 변경 문제를 놓고 재판부와 검찰이 갈등했고 약 한달 뒤 법관 정기인사를 통해 3명의 부장판사가 한 재판부에 투입됐다. 전국 지방법원 형사합의부에 처음으로 설치된 대등재판부였다. 검찰과 정 교수 쪽 변호인이 증거 채택 단계부터 신경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새 재판부는 기일 진행 전부터 양쪽과 절차 문제를 논의하고 재판 중에도 수시로 협의하는 등 ‘수평적 합의’를 이어갔다. 증인신문 쟁점 파악, 진술 정리, 재판 진행 등 세 부장판사가 역할을 분담해 재판을 속도감 있게 진행했고 이런 노하우는 법관연수에서 소개되기도 했다.
일반적인 합의부에서는 부장판사가 경력이 어린 배석판사에 대한 도제식 교육도 병행하는 상황이어서 ‘말로만 합의부’라는 지적이 많았다. 위계관계 없이 수평적으로 구성되는 대등재판부는 실질적인 합의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되는 셈이다. 대등재판부 경험이 있는 한 판사는 “법관 3명이 모든 절차 협의를 하고 토론을 통해 재판 결론을 이끌어내 소송 당사자도 재판부 결정을 더욱 신뢰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대법원도 대등재판부 확대를 위해 인사·예산 등의 지원을 할 예정이다. 다만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부장판사 3명이 한 재판부에 투입되는 만큼 이를 지원하는 재판연구원 충원 등 제반조건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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