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고시한 업무 시간을 채우지 못했어도 노동자가 불규칙적으로 강도 높은 근무를 하던 중 사망했다면 산업재해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대우조선해양에서 근무하다 숨진 신아무개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2일 밝혔다.
2009년 대우조선에 입사해 용접 업무를 담당했던 신씨는 2016년 11월 숨졌다. 지병이 없던 신씨는 그해 8월부터 매주 10~40시간씩 불규칙적인 야간근무를 했고 10월엔 몸살·장염 증상에도 야근을 이어가다 심장근육의 염증에 따른 질환으로 사망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상 과로로 병이 심해진 게 아니라는 이유로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거부했다.
1·2심은 공단의 손을 들어줬다. 신씨가 당시 고용노동부가 정한 업무상 심장질병을 판단하는 근무시간(주 60시간)을 채우지 않았고 사망과 업무 사이의 직접적인 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대법원은 노동부의 고시는 공단의 행정지침일 뿐 업무상 재해를 정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신씨는 근무일정 예측이 어렵고 교대제이며 육체적 강도가 높아 부담 가중요인이 복합적으로 존재하는 업무에 해당한다”며 “업무시간이 미달하더라도 업무와 질병 사이의 관련성이 증가한다고 봐야 한다. 고인의 업무와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원심은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