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지난해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권고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개정 근로기준법) 개선안을 노동부가 일부 수용한다고 회신했다. 인권위는 “정부가 직장 내 괴롭힘 예방과 피해노동자 보호를 위해 현행법제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20일 인권위는 노동부가 지난해 인권위의 ‘직장 내 괴롭힘 예방과 피해노동자 보호를 위한 제도개선 권고’에 대해 일부 수용 의견을 회신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지난해 7월2일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제3자의 괴롭힘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을 마련할 것,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할 것, △행위자(가해자)에 대한 처벌규정을 도입할 것, △직장 내 괴롭힘 예방교육을 의무화할 것 등을 권고했다.
노동부는 제3자 괴롭힘과 관련해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통해 사업주의 보호조치 대상을 현행 고객응대근로자에서 모든 근로자로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회신했다. 노동부는 5인 미만 사업장 적용과 관련해 “연구용역을 통해 확대적용에 따른 영향과 감독행정의 집행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처벌규정 도입에 대해서는 “행위자 처벌규정의 도입은 죄형법정주의 위반 가능성 및 고의성 입증 곤란 등의 이유로 오히려 피해자 권리구제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며 사실상 반대했다. 직장 내 괴롭힘 예방교육 의무화에 대해서만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안전보건교육에 직장 내 괴롭힘 예방교육 내용을 포함했으며 교육 콘텐츠를 개발·보급해 지원할 예정”이라며 완전히 수용했다.
인권위는 이에 대해 “노동부가 가해자의 범위를 고객에만 한정하고 있어 원청업체 관계자, 회사대표의 가족·친인척 등 고객 이외의 제3자에 의한 괴롭힘의 경우 여전히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지적했다. 노동부가 중장기 검토하겠다고 밝힌 5인 미만 사업장 적용에 대해서는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가해자와 피해자 간 접촉이 빈번해 괴롭힘 문제는 더 심각하다”며 “재정적 지출이 필요한 것도 아니어서 이를 중장기과제로 미루기엔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 또 노동부가 반대한 처벌규정 도입에 대해서는 “행위자에 대한 처벌규정 등 적절한 제재규정이 없는 한 규범의 실효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인권위는 “노동부가 인권위 권고 중 일부를 수용해 향후 정책 결정 및 집행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은 바람직하나 관련 규정을 도입한 지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직장 내 괴롭힘이 만연하고 법 제도의 한계가 지적되고 있다”며 “정부가 현행법제의 한계 개선을 위한 진전된 조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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