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성폭행범 조두순이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다음 날인 지난달 13일 경기도 안산시 한 주택가에서 경찰이 주변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아동 성폭행범 조두순 출소를 계기로 정부와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보호수용법'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반대 의견을 냈다.
21일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이 인권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인권위는 법무부의 ‘보호수용법 제정안 의견조회 요청'에 “보호수용법 제정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회신했다. 인권위는 “보호수용이 자유의 박탈이라는 본질에서 형벌과 차이가 없다”며 “거듭처벌 및 기본권 침해 소지가 크다”고 밝혔다.
앞서 김병욱·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은 성폭력이나 살인을 저지르고 재범 우려가 큰 범죄자들을 형기 종료 후에도 일정 기간 보호 수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각각 발의했다. 모두 강력범죄자가 출소한 뒤 재격리하겠다는 내용이다.
인권위는 “제정안은 2008년 아동성폭력 사건의 범죄자 출소가 다가오면서 사회격리 여론이 거세게 일어남에 따라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고 안전을 보장하고자 발의된 것”이라며 “취지는 공감할 수 있고,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는 양형의 적절성 보완, 형벌 집행에서의 교정 및 교화 기능의 보완, 범죄피해자 보호방법의 실질적 강화 등의 방법으로 달성해야 한다”며 “헌법상 기본권 침해가 명백한 보호수용과 같은 방식으로 달성하는 것은 적절하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이미 우리 사회는 과거 사회보호법상의 보호감호를 헌법상 ‘이중처벌 금지의 원칙’ 등에 위반된다고 판단하고 이를 폐지한 후 진일보해 왔는데, 이를 다시 보호수용이라는 이름으로 되살리는 것”이라며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정안은 재범의 위험성을 판단하기 위한 명확하고 구체적인 기준이 부재해 헌법 제10조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 헌법 제12조 제1항의 신체의 자유 등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또 “형법 등에서 누범 및 상습범에 대한 가중처벌 조항을 두고 있는데, 이와 별도로 보호수용을 할 경우 재범의 위험성에 대한 이중 평가 및 처벌이 이뤄지게 된다”며 “헌법 제13조 제1항 ‘거듭처벌 금지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지난 2004년 국회와 법무부에 사회보호법상 보호감호제도를 폐지하라고 권고한 것을 시작으로 법무부가 2010년과 2014년, 2016년 보호수용법을 제정하려고 할 때마다 반대 의견을 표명해왔다.
황보 의원은 “흉악범이 거주지로 복귀할 경우 지역사회에 미칠 불안과 공포를 막아야 한다는 입법 취지는 공감한다”면서도 “위헌 소지가 있기 때문에 무리하게 추진하기보다 상임위의 심도 있는 논의와 각 분야 전문가의 여론 수렴 등 공론화를 통해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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