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김진숙 명예회복 및 복직을 위한 긴급 토론회가 열린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 홀에서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송경동 시인의 발언을 듣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가족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말기 암인 제가 무슨 미련이 있겠어요. 다만 ‘해고자로 죽는구나’라는 생각은 견딜 수 없더라고요. 이 일을 저승까지 가져가면 저승에서 제 자리를 찾아갈 수 있을까요.”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의 ‘마지막 해고 노동자’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36년째 복직 투쟁을 이어온 이유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차분하고 담담한 어조로 36년의 시간을 풀어냈다.
‘리멤버 희망버스 기획단’은 21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노동자 김진숙 명예회복 및 복직을 위한 긴급 국회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상희 국회부의장을 비롯해 심상정 정의당 의원, 양이원영·김영배·이해식 민주당 의원 등도 함께 자리했다. 파란색 한진중공업 작업복을 입고 토론회장에 들어선 김 위원은 21살 때 용접기능사로 입사해 26살 노조활동으로 부당해고를 당하기까지의 과정을 20여분간 차분하게 풀어냈다. “나는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놓고 (경찰이) ‘언제 접선했냐’고 물어봤는데 모른다고 하면 그때마다 때렸고 그 상처가 지금도 몸에 남아있어요. 온몸이 토마토 썩은 것처럼 멍이 들었는데, (멍이) 다 빠지는 데 6개월이 걸렸네요.” 1986년 2월 한진중공업 노조의 어용성을 폭로했다는 이유로 부산 경찰국 대공분실에서 조사를 받았던 36년 전 ‘그날’의 기억이다.
한진중공업은 그해 경찰 조사를 받았다는 이유 등으로 김 위원을 해고했다. 김 위원은 해고무효 확인소송을 진행했으나 패소했고 항소하지 않아 판결이 확정됐다. 그는 “노무현 변호사가 ‘왜 항소하지 않았느냐’고 묻기까지 항소가 뭔지도 몰랐다.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민주화 위원회)에서 부당해고를 인정받아 재심을 내려고 했으나 담당 변호사가 제척기간 30일을 넘겨 기회마저 잃고 말았다”며 당시를 기억했다. 김 위원은 복직을 받아들이지 않는 한진중공업과 법정관리를 맡은 산업은행을 향해서도 “이해할 수 없다”며 비판했다. 김 위원은 “수십, 수백명도 아니고 단 한명이다. 다시 회사로 들어가 노동조합 활동을 하겠다는 것도 아닌데, 복직을 막는 한진중공업을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산업은행을 향해서도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일방통행식) 매각 방식이 여전하다. 무능한 경영진은 회사를 말아먹고 도망갔지만, 그걸 붙잡고 버틴 게 노동자였는데 왜 이들의 매각 반대 의견은 반영되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그의 꿈은 소박하다. “(복직돼) 우리 조합원들이 있는 공장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조합원들이 같이 싸워서 만들어낸 직장에서 밥을 같이 먹는 그 꿈이 늦지 않게 이뤄지길 바랍니다.”
김 위원은 지난해 4월부터 회사쪽과 복직을 요구하는 동시에 해고기간 동안의 임금과 퇴직금 지급을 요구하며 교섭을 벌였다. 하지만, 한진중공업과 산업은행은 부당해고 동안의 임금산정이 ‘업무상 배임’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계와 시민사회는 민주화 위원회가 2009년 11월과 2020년 9월 두 차례에 걸쳐 회사에 복직 권고를 내린 만큼 회사가 김 위원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상희 국회 부의장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김 위원의 복직을 촉구하는 특별결의안을 발표했는데도 ‘배임’이라는 말만 되풀이하는 이런 상황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안타깝지만 이 상황을 꼭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 또한 “정부와 산업은행은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을 실천해주길 바란다. 정의당은 김진숙 위원과 사력을 다해 끝까지 책임 있게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31일 정년이 끝난 김 위원은 “복직 없이 정년 없다”며 부산에서 청와대까지 도보 행진을 하고 있다. 토론회 참여를 위해 서울에 올라온 그는 다시 대전으로 내려가 도보 행진을 이어갈 예정이다.
장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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