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송광수 전 검찰총장을 만나 검찰 인사권 등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송 전 총장은 지난해 검사 인사를 놓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이의 갈등을 지적하며 박 후보자에게 ‘공정한 인사’를 당부했다.
박 후보자는 21일 서울고검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에 출근하며 기자들에게 “참여정부 초대 검찰총장을 지냈던 송광수 변호사, 젊은 변호사 그룹, 민변과 ‘법심 경청’ 시간을 가졌다”며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장관으로 일하게 된다면 커다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후보자가 만난 송 전 총장은 참여정부 첫 검찰 수장으로 당시 판사 출신 강금실 법무부 장관과 검사 인사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법무부 장관이 검사 보직을 대통령에게 제청하는 과정에서 검찰총장과 협의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그 결과 “장관이 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한다”는 내용으로 2004년 검찰청법이 개정됐다. 지난해 추 장관이 검찰 인사 과정에서 윤 총장을 사실상 배제하면서 갈등이 시작된 만큼 박 후보자와 송 전 총장의 회동 내용도 이런 부분에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
송 전 총장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최근 검찰 인사는 내 편, 네 편으로 나뉘어 정권 지지자들은 좋은 자리로 보내고 정권을 상대로 수사한 사람은 나쁜 자리로 보냈다”며 “핵심 자리 한두개를 빼고 (법무부가) 검찰 인사에 관여를 안 했던 노무현 대통령 때 검찰 인사 관행을 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송 전 총장은 “검사 인사권이 장관에게 있지만 총장과의 협의권도 법에 명시된 만큼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협의를 통해 공정한 인사를 해달라”는 조언도 덧붙였다고 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이날 평검사 등 542명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달 18일 검찰인사위원회가 심의한 일정에 따른 것이다. 검찰 간부 인사는 다음달 중순으로 예정돼 있다. 박 후보자가 오는 25일 인사청문회를 거쳐 장관으로 임명되면 검사장 승진 등을 결정하는 검찰 간부 인사가 ‘박범계-윤석열 조합’의 안정성을 가늠할 척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자는 이날 오전 검찰 간부 인사 구상에 대해 “머릿속에 그린 기준은 있지만 아직 청문 단계라 관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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