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출생 미등록 아동의 인권을 위해 모든 아동이 출생 즉시 등록되도록 하는 ‘출생통보제’ 도입에 정부와 국회가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권위는 22일 성명서를 내어 “비극적 아동 학대 사건이 반복되는 것을 예방하고자 아동 출생과 분만에 관여한 의료진에게 출생 사실을 국가기관 또는 공공기관에 통보하도록 하는 ‘출생통보제’ 도입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출생통보제는 병원에서 신생아 출생 사실을 의무적으로 행정당국에 알리는 조처로 법적 사각지대에서 고통받고 있는 ‘출생 미등록’ 아동들을 보호하는 방안으로 꼽힌다. 가족관계등록법에 따르면 출생 신고는 부모가 하는 게 원칙이기에 부모가 하지 않으면 아이는 세상에 없는 ‘유령 인간’이 된다. 출생 미등록 아동은 건강보험을 포함한 각종 의료 혜택, 보육 지원, 의무교육으로부터 배제된다.
인권위는 “출생 등록이 되지 못한 아동은 보호자와 주변 사람들에 의한 신체적·정신적·성적 학대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고, 아동이 그러한 심각한 피해를 보더라도 국가에서 이런 상황을 인지할 수 없다”며 “최근 출생 등록을 하지 못한 아동들의 연이은 사망사건을 접하면서 이를 예방하기 위한 첫 단계로 현행 출생제도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도 개선을 위한 정부와 국회의 전향적인 태도를 촉구했다. 인권위는 “정부는 2019년 ‘포용 국가 아동정책’, 2020년 ‘제2차 아동정책 기본계획’ 등에서 출생통보제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은 발표되지 않았고 21대 국회에서 아동의 출생통보제 도입과 관련된 가족관계등록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발의됐으나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와 국회가 국내외 요구와 권고를 수용해 출생통보제 등을 조속히 법제화할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출생 미등록 아동이 부모의 방임과 학대로 인해 숨지는 사건은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 15일 인천 미추홀구의 한 주택에서 출생 미등록 상태인 8살 아동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친모는 아이의 호흡을 막아 살해한 뒤 일주일간 주검을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1월에는 전남 여수에서 생후 2개월 된 아이가 냉장고에서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장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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