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남석 헌법재판소장 등 헌법재판관들이 28일 오후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진행된 공수처법 헌법소원 사건 선고를 위해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공수처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28일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이 “공수처법은 삼권분립의 원칙에 위배되는 위헌”이라며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을 재판관 6(기각 5, 각하 1) 대 3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유 의원과 옛 미래통합당은 지난해 공수처가 초헌법적 국가기관으로 헌법상 근거 없는 국가기관이라고 주장하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이들은 공수처 인적 구성에 대통령과 국회의장, 교섭단체가 추천한 인사의 영향력이 강력해지는 규정 또한 정치적 중립성을 해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헌재는 공수처가 권력분립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공수처는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행정부에 소속되고 관할권의 범위가 전국에 미치는 중앙행정기관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기존 행정조직에 소속되지 않고 지휘·감독을 받지 않는 형태로 설치된 것은 업무의 특수성에 기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헌재는 또 “공수처의 권한 행사에 대해서는 국회 등 여러 기관으로부터 통제가 이뤄질 수 있으므로 독립된 형태로 설치됐다는 이유만으로 권력분립 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공수처 소속 검사의 영장청구권도 인정됐다. 헌법 16조에 명시된 ‘검사의 영장신청권’이 검찰청 검사에게만 부여된 권한이 아니라는 것이다. 헌재는 “군검사와 특별검사도 검찰청법상 검사에 해당하지 않지만 영장신청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헌법에 규정된 ‘영장신청권자로서의 검사’는 검찰권을 행사하는 국가기관의 검사로, 인권옹호기관으로서의 지위에서 부합하는 직무를 수행하는 자를 의미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수사처(공수처) 검사는 변호사 자격을 일정 기간 보유한 사람 중에서 임명하도록 돼 있으므로 법률전문가로서의 자격도 충분하다”며 “수사처 검사의 영장신청권 행사가 영장주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공수처가 다른 수사기관의 고위공직자범죄 수사 건을 가져올 수 있는 이첩 조항은 “독립된 위치에서 고위공직자 등의 범죄를 수사할 수 있도록 공수처장의 이첩 요청 권한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지만 “공수처와 다른 수사기관 사이에 수사 사무의 조정·배분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불필요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나 이은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은 공수처가 특정 재판부나 검사를 선별적으로 수사할 우려가 있어 권력분립과 평등권에 위배되는 위헌적 조직이라고 판단했다. 이들은 반대의견에서 “수사처 검사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법관의 재판 자체에 대해 내사를 포함한 수사 등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내사만으로도 사법권 독립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공수처 이첩 조항에 대해서도 “이첩 여부가 공수처장에 의해 일방적이고 자의적으로 결정될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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