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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일본 패망 뒤 일본인 재산 미군정 귀속...헌재 “합헌” 첫 판단

등록 2021-02-03 13:12수정 2021-02-03 13:27

불법재산 환수·환원, 개인 재산권 보호보다 중요 취지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한겨레 자료사진>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한겨레 자료사진>

일제강점기 한반도에서 일본인이 소유했던 재산을 일본 패망 이후 미군정에 귀속하기로 한 법령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해방정국에서 일본인 소유 재산 처분 문제를 다룬 헌재의 첫 판단이다.

헌재는 3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일본인이 소유했던 재산에 대한 처분을 다룬 재조선 미국육군사령부 군정청 법령(미군정청 법령) 조항이 모두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이 조항에 대한 위헌 시비는 2016년 11월 ㄱ씨 등이 울산시 중구의 한 토지를 경매로 낙찰받은 데서 비롯됐다. 이 토지 소유권을 취득한 ㄱ씨 쪽은 중구가 해당 토지를 도로 등으로 계속 사용하고 있었다며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을 냈다. 그러나 중구는 이 토지는 ‘국유 재산’으로, ㄱ씨 등은 소유권이 없는 이들에게 토지를 잘못 승계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ㄱ씨가 낙찰받은 토지의 전 소유자 김아무개씨는 1945년 8월10일 한 재조선 일본인으로부터 해당 토지를 매수했는데, 이는 미군정청 법령에 어긋난 행위였다. 법령은 1945년 8월9일을 기점으로 일본인이 소유한 재산에 대한 거래를 모두 무효로 하고, 일본인이 소유·관리한 재산은 모두 미군정청에 귀속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씨가 1945년 9월 소유권등기 이전을 마쳤지만 8월9일 기준으로 일본인 소유였기 때문에 거래가 금지되는 귀속 재산이었던 셈이다. ㄱ씨는 미군정청 법령이 1945년 9월25일 공포됐음에도 8월9일을 모든 거래의 무효 기준으로 삼는 것은 소급입법금지에 반하고, 한국인이 일본인에게 취득한 재산까지 몰수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헌재는 중대한 ‘공익상 사유’가 있으면 소급입법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불법적인 한일병합조약에 따라 일본인들이 조선에서 축적한 재산을 보전하고 이양한다는 공익은, 한반도 내 사유재산을 처분하고 일본 본토로 철수하려던 재조선 일본인이나 그들에게 재산을 매수한 사람들에 대한 신뢰보호 요청보다 훨씬 중대하다”고 밝혔다. 불법적으로 축적한 재산을 환수해 이를 대한민국에 돌려주는 게 그 당시 일본인이나 그들과 거래했던 이들의 재산권 보호보다 중요하다고 본 셈이다.

소급 기준이 된 1945년 8월9일은 미국이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날로, 제2차 세계대전이 종결돼 일본의 패망이 분명해진 날이다. 일본의 패망으로 한반도에 남은 일본인 재산 처분 문제도 법적인 보장이 불확실해진 시점이다. 헌재는 이런 혼란 상황에서 일본인이 소유하던 재산의 자유로운 처분이 가능할 것이란 신뢰가 있었다 해도, 이는 “헌법적으로 보호할만한 가치가 있는 신뢰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일본의 패망 직후 일본인의 재산을 동결하고 훼손을 방지한 것은 이후 수립될 대한민국 정부에게 이양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소급을 통해 이루려는 공익이 분명하다고 헌재는 판단한 것이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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