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를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하성용 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표가 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회삿돈으로 산 상품권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하성용 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표이사가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김미리)는 8일 업무방해와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하 전 대표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이아무개 본부장과 또 다른 이아무개 본부장에겐 각각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정아무개 실장에겐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하 전 대표는 2013년~2017년 7월까지 케이에이아이 대표이사로 재직하며 매출과 이익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5천억원대 회계 분식을 저지른 혐의로 기소됐다. 또 회삿돈으로 산 상품권 1억9350만원을 횡령하고, 대졸 신입사원 공개채용 때 서류나 면접 전형에서 탈락한 지원자 15명을 부당하게 합격시켜 신입사원 공개채용 업무를 방해한 혐의 등을 받는다.
재판부는 하 전 대표의 업무방해와 업무상 횡령죄를 일부 인정하며 “공개채용 제도가 공정하게 진행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거나 이전의 잘못된 관행을 바꿀 수 있는 지위에 있었음에도 공개채용 과정에서 내·외부 인사 청탁에 따라 일부 지원자의 최종 채용 여부가 변경된다는 사정을 인식하고 이를 용인했다”며 “케이에이아이 법인자금으로 구입한 상당한 양의 상품권을 개인적으로 전달받아 사용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회계 분식 등 나머지 혐의에 대해선 “회계 처리가 회계 기준에 위반됨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고 일부 회계 분식 유형의 경우엔 회계 기준에 반하다고 하더라도 피고인들이 회계 분식을 공모했음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