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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김은경 전 환경장관 법정구속…산하기관 임원 ‘찍어내기’ 유죄

등록 2021-02-09 20:32수정 2021-02-10 02:46

전 정권 임명 인사들 사표 종용
1심 “직권남용”…2년6개월 선고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9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에 관한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9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에 관한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문재인 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인사 가운데 유죄를 선고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재판부는 김 전 장관이 전 정권에서 임명된 이들을 부당하게 ‘찍어내기’ 하고, 청와대·환경부 추천 인물들을 보직에 앉히기 위해 인사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1부(재판장 김선희)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전 장관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김 전 장관과 공모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에게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전 장관이 박근혜 정권에서 임명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에게 사표를 내도록 압력을 넣는 방식으로 ‘찍어내기’를 했다고 판단했다. 법정에서 인정된 사실관계를 보면, 김 전 장관은 2017년 12월~2019년 1월 15명의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에게 사표제출을 종용해 13명의 사표를 받아냈다. 이 중 사표제출 요청을 거부한 한국환경공단 상임감사 김아무개씨에게는 ‘표적 감사’를 벌여 사직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재판부는 “공공기관 임원들에게 법에서 정한 해임사유로 사표제출을 요구한 게 아니라, 단지 전 정권에서 선임된 임원들을 ‘물갈이’하기 위해 사표제출을 요구했다”며 “사표제출을 거부한 김씨에게 표적 감사를 통해 마치 사표를 제출하지 않으면 신분상 불이익을 가할 것처럼 했고, 압박을 느낀 김씨가 사표를 제출했다”며 직권남용 및 강요 혐의를 유죄로 봤다.

김 전 장관이 청와대 및 환경부에서 내정한 사람을 산하기관 임원으로 임명하고자 ‘현장 지원’을 한 점, 내정자가 탈락하자 선발 절차를 전면 백지화하고 담당 공무원을 부당 전보한 점도 유죄로 판시됐다. 김 전 장관은 임원 후보자들을 평가하는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 위원에게 내정자에게 높은 점수를 부여하도록 지시하고, 청와대 추천 인사인 박아무개씨가 한국환경공단 상임감사직 서류심사에서 탈락하자 심사를 ‘적격자 없음’ 처리한 바 있다. 박씨의 탈락으로 임추위 위원이었던 환경부 국장은 엉뚱한 곳으로 좌천됐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객관적이고 공정해야 할 임추위 기능을 형해화시키고, 지원자들에게 유무형의 경제적 손실을 끼쳤을 뿐 아니라 심한 박탈감을 안겨주었다”며 “위법한 임무 수행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관련 공무원을 좌천성 전보 조처를 해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느끼게 했음은 자명하다”고 판단했다.

김 전 장관은 재판 과정에서 ‘환경부 공무원들이 스스로 임원들의 사표를 받아내고 내정자들을 지원했다’며 무죄를 주장했으나, 이는 도리어 김 전 장관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재판부는 “환경부 소속 공무원들이 피고인의 지시나 승인 없이 이런 일을 할 수 없다”며 “자신의 책임은 전혀 인정하지 않은 채 모든 책임을 공무원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불리한 양형 요소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선고 뒤 김 전 장관의 변호인은 “(법정구속을) 예상하지 못했다”며 곧바로 항소했다.

한편 함께 기소된 신 전 비서관은 일괄 사표를 받아낸 혐의는 무죄, 임추위에 내정자들을 지원하도록 지시한 혐의는 유죄로 인정됐다.

이 사건은 청와대 특별감찰반에서 근무했던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이 2018년 1월 환경부가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등 관련 동향’ 문건을 청와대에 보고했다고 폭로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의 고발로 수사를 시작한 검찰은 이 사건 핵심인물인 두 사람을 재판에 넘기고 수사를 마무리한 바 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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