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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학교·직장·집에서도…트랜스젠더, 일상이 돼버린 차별

등록 2021-02-09 20:48수정 2021-02-10 02:45

인권위 국가기관 첫 실태조사
57% “구직 활동 포기”
퀴어문화축제 현장. 한겨레 자료사진.
퀴어문화축제 현장. 한겨레 자료사진.

트랜스젠더(출생 시 지정된 성별과 다른 성별 정체성을 지닌 사람)가 학교·직장·가족생활 등 삶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심각한 차별과 혐오를 겪고 있다는 국가기관의 조사 결과가 처음으로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국가기관 최초로 숙명여대 산학협력단과 함께 한국에 거주 중인 만 19살 이상 트랜스젠더 59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 결과를 9일 발표했다. 2020년 10월7~31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중 65.3%가 최근 1년 동안 “트랜스젠더라는 정체성 또는 본인의 성별 표현 때문에 차별을 겪었다”고 답했다.

트랜스젠더들은 가정, 학교, 직장 등 성장 과정에서 각종 차별과 혐오를 겪는다고 호소했다. 트랜스젠더 3명 중 2명은 가족이 정체성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가족이 알고 있는 경우 △(가족들이) 모른 체하거나(56.6%) △본인이 원하는 성별 표현을 못 하게 하거나(44.0%) △언어적 폭력(39.4%)을 당하거나 △오랜 시간 동안 대화하지 않으려고 했다(27.9%) 등의 경험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체적 폭력을 당했거나, 집에서 내쫓긴 경험도 각각 10.5%, 9.4%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에 공동연구원으로 참여한 트랜스젠더 박한희 변호사는 “트랜스젠더는 외모 변화가 있어 가족들이 알고 있는 비율이 높은데, 가족들에게까지 일방적으로 무시와 폭력을 당하는 사실이 수치로 드러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고등학교에 다닌 경험이 있는 585명 중 67%가 수업 중 교사가 성소수자를 비하하는 발언을 하는 것을 들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최근 5년간 구직활동 경험이 있는 469명 중 268명(57.1%)은 성별 정체성과 관련해 구직 포기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의료나 화장실과 같은 필수이용시설의 차별 경험도 상당했다. 응답자 589명 중 241명(40.9%)이 공중화장실을 이용할 때 부당한 대우나 불쾌한 시선이 두려워 자신의 정체성과 다른 성별의 화장실을 이용했다고 답했다. 이 외에 554명 중 119명(21.5%)이 신분증이나 주민등록번호를 제시하는 상황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걱정해 병원 등 의료기관 이용을 포기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의료와 화장실 이용은 개인의 노력으로 피할 수 없는 부분인데 (트랜스젠더는) 일상적으로 차별을 마주해왔다”고 설명했다.

이번 설문조사에는 트랜스 여성(출생 성별은 남성이지만 여성으로 정체화) 189명, 트랜스 남성(출생 성별은 여성이지만 남성으로 정체화) 111명, 논바이너리(남성과 여성을 구별하는 기준에서 벗어난 사람) 지정 성별 여성 221명, 논바이너리 지정 성별 남성 70명 등이 참여했다. 트랜스젠더 대상 실태조사로서는 국내 최대 규모다. 연구책임자인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법학)는 “성소수자에 대한 연구는 기존에도 있었지만, 591명에 달하는 트랜스젠더가 겪어온 모든 삶의 영역을 포괄적으로 파악한 조사는 이번이 최초다. 정부나 지자체, 기업, 대학이 이를 활용해 구체적인 정책으로 발전시켜 나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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