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돈 성격 못 밝히고 내사중지
대검 중앙수사부(부장 박영수)가 현대비자금 사건의 핵심인물인 무기중개상 김영완(53)씨가 거액의 돈을 외국 계좌로 송금한 단서를 잡고 내사를 벌인 것으로 26일 드러났다.
김씨는 홍콩의 한 은행에 개설된 ‘미국 이민 투자기회 및 투자프로그램 제공회사’ 계좌에 2004년 10월1일, 12월1일, 12월8일 3차례에 걸쳐 53만달러씩 모두 159만달러(우리돈 약 16억원)를 자신과 부인 명의로 송금했으며, 같은해 12월 김씨의 부인이 이 가운데 53만달러를 인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금융정보분석원은 지난해 5~6월께 “이민투자 프로그램에는 김씨의 부인만 가입돼있는데 김씨 명의로도 송금돼 의심스럽다”며 송금사실을 한국 금융정보분석원에 통보했으며, 이 자료는 곧바로 검찰에 넘겨진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 돈이 박지원씨나 권노갑씨의 비자금인지 김씨 개인 돈인지 확실하지 않다”며 “김씨가 국내에 없어 내사가 중지된 상태”라고 밝혔다.
김씨는 대북송금 특검이 시작되기 직전인 2003년 3월 미국으로 도피한 상태다. 김씨는 그러나 현대로부터 수백억대의 비자금을 받아 구속 기소된 박지원(64) 전 장관과 권노갑(76) 전 의원의 공판에 “이들로부터 현대 비자금을 받아 관리하고 있다”는 서면진술서를 보내, 유죄 판결이 나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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