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 김명수 대법원장 사퇴를 촉구하는 근조화환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대법원 앞에서 김명수 대법원장 규탄 집회를 금지한 경찰 조처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박형순)는 16일 보수단체 자유연대 쪽이 “옥외집회 금지처분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서울 서초경찰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에 “처분의 효력을 인정 범위 내에서 판결선고일까지 정지한다”며 일부 인용 결정했다.
자유연대 쪽은 지난 4일 ‘대법원장 정치 중립 위반·거짓말 규탄 집회 및 근조 화환 전시’ 집회를 대법원 들머리 양쪽 인도 100m 구간에서 지난 6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열겠다고 서초경찰서에 신고했다. 이날은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대화 녹취 공개로 “임 부장판사에게 탄핵 문제로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한 사실은 없다”고 했던 김 대법원장의 해명이 하루 만에 사실과 다르다고 밝혀진 날이다.
서초경찰서는 옥외집회 금지통고 처분을 하며 법원 100m 이내 장소에서는 옥외집회나 시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된 집시법 조항을 들었다. 서초경찰서는 “집회 장소인 대법원 정문 양쪽 인도 100m 구간은 각급 법원 100m 이내의 장소에 해당하고 대법원장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할 경우 법관의 직무상 독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참가 인원을 9명으로 신고했으나, 최근 대법원장과 관련해 언론에서 다수 보도돼 사회적 이슈가 되는 사정을 감안했을 때 다수인이 참석하는 집회·시위로 변질하거나 확산할 우려가 높다”며 집회를 금지했다.
그러나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법원을 대상으로 한 집회라도 사법행정과 관련된 의사표시 전달을 목적으로 한 집회 등 법관의 독립이나 구체적 사건의 재판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없는 집회’의 경우에는 국민의 집회 자유를 최대한 보장한다는 헌법 정신에 따라 허용돼야 한다”며 2018년 7월 법원 100m 이내 옥외집회나 시위를 금지한 옛 집시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헌법재판소의 법리 해석을 따랐다.
재판부는 이어 “이 집회의 배경이 된 일련의 사건을 고려하더라도 마찬가지”라며 “사회 일부로부터 (김 대법원장에 대한) 고발 등이 있다고 하더라도 집회의 목적, 방법 등을 고려할 때 법관의 구체적인 재판 활동을 대상으로 하는 집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의 기능이나 안녕을 침해할 명백한 우려가 없는 집회까지도 원천적으로 금지할 경우 신청인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집회 규모를 9명 이하로, 아침 9시부터 저녁 8시까지, 대법원 양쪽 인도 20m로 제한하고, 마스크 착용·명부 작성·2m 이상 거리 두기·55데시벨 이하의 음향장비 사용 등 방역 수칙 준수 10가지 조건을 달았다. 자유연대 쪽은 “해당 조건으론 55데시벨 이상의 소음 발생이 불가피해 집회 자체는 열지 않을 예정”이라며 “본안 재판이 진행되는 만큼 본안 재판에서 충분히 다툴 것”이라고 밝혔다.
조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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