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21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학생회관 내 취업 카페 상담 부스에서 한 학생이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오는 3월 춘천의 한 대학교에 입학 예정인 윤아무개(19)씨는 입학을 앞두고 아르바이트를 구하고자 원서만 20곳에 냈으나, 모두 떨어졌다. 학생 관리 및 청소 담당자를 구한다는 학원에선 면접까지 봤으나 “영어 가능자를 우대하는데 영어도 잘하지 못하면서 왜 지원했나”라는 타박까지 들었다. 현재는 새벽 1시 반부터 아침 9시까지 택배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는 윤씨는 “코로나로 많은 가게가 문을 닫으면서 육체노동을 하는 곳 말고는 일자리가 전멸하다시피 했다”고 토로했다.
윤씨와 같은 청소년 노동자들이 코로나19 유행이 장기화하면서 원하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거나 열악한 노동환경에 시달리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청년 시민단체인 청년유니온의 지부인 ‘청소년유니온’이 지난해 10월 30일부터 한 달간 노동경험이 있는 만15∼19세 청소년 109명을 대상으로 노동 실태를 설문 조사한 결과를 보면, 80명(73.4%)이 코로나19로 인해 2019년보다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졌다고 대답했다.
청소년 노동자의 상당수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응답자 중 코로나19로 본인 또는 동료가 일터에서 해고됐다고 응답한 비율은 41.3%(45명)로 절반에 가까웠다. ‘청소년이라 먼저 해고됐거나 그런 경험을 한 사람이 주위에 있다’고 답한 사람도 36명(33%)에 이르렀다.
근무시간 감소나 강제 휴무 등 업무상 각종 불이익을 당했다고 답한 비중도 상당했다. 64.2%(70명)는 근무시간이 줄어들었다고 답했다. 다만, 강제로 무급휴가를 썼다고 응답한 비율은 35.8%(39명)에 그쳤다. 청소년유니온은 “청소년 노동자가 전일제로 근무하기보다는 시간제로 일하는 경향이 많아 무급휴가를 강제할 수 없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무급휴가를 당하기 전에 사직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청소년 노동자들은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을 통한 일자리 확충 △마스크 지원 등 방역 준수 △근로계약서 작성 등 법·제도 준수 등을 요구했다. 청소년유니온은 보고서에서 “청소년 노동자들은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일자리 구하기가 더 어려워졌고 해고를 당할 가능성이 더 크고 열악한 근무조건을 요구받는 상황에 부닥쳐 있다”며 “실질적인 보탬이 될 수 있는 지원방안과 더불어 근로기준법 준수 등의 사회원칙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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