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5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퇴로 대검은 이날부터 조 차장검사의 '총장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한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의 표명으로 5일부터 시작된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의 총장 대행체제가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이 떠난 상황에서 사실상 그가 지휘했던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등 논란을 빚었던 사건의 향배도 주목된다.
청와대가 전날 윤 총장의 사의를 수용함에 따라 대검찰청은 이날부터 사실상 조 차장검사의 총장 대행체제에 돌입했다. 조 차장검사의 총장 대행은 지난해 윤 총장이 직무에서 배제됐을 때와 정직 2개월 징계 처분이 나왔을 때를 포함해 총 세번째다. 조 총장대행은 총장 공석에 따른 조직 안정화 방안과 여당이 추진 중인 중대범죄수사청(수사청) 설치 등에 관한 의견을 모으기 위해 오는 8일 전국 검사장 회의를 소집했다.
이번 총장 대행체제는 앞선 두 번의 경우와 달리 꽤 오랜 기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우선 수사청 설치와 총장 사퇴 등으로 극에 달한 검찰 내부 반발을 진화하면서 정부·여당이 추진할 이른바 ‘검찰개혁 시즌2’에 발맞출 총장 후보자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총장 인선이 또 다른 정치적 쟁점이 되는 게 여권으로서는 부담될 수밖에 없고, 검찰총장추천위원회 구성과 인사청문회 등 남은 절차를 고려해도 빨라도 4월 중순 이후에나 총장 인선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총장 공석이 길어지면서 검찰이 진행 중인 주요사건이 어떻게 흘러갈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전지검이 수사 중인 ‘월성 사건’은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숨을 고르는 모양새다. 채희봉 전 산업정책비서관(현 한국가스공사 사장) 등 이른바 ‘윗선’ 개입 여부로 수사가 확대될 거란 전망이 나왔으나 수사 동력 확보가 쉽지 않아 보인다. 울산시장 선거 관련 하명수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도 올해 초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에 대한 기소 방침을 세웠지만 수사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건들의 경우 최종적인 진퇴 결정을 신임 총장 취임 이후로 미뤄놓을 가능성도 있다.
총장 사퇴가 검찰의 조직적 반발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검찰 내부 게시판에는 “여당의 ‘검찰 수사권 박탈’ 시도는 조국 전 장관 수사로 대표되는 ‘정권의 심기를 거스른 수사’에 대한 보복”(정희도 청주지검 부장검사)이라는 주장과 “월성, 라임·옵티머스, 김학의 사건 수사를 전면 중단하면 검찰을 용서해 주겠느냐”(박노산 대구지검 서부지청 검사)는 풍자글 등이 올라왔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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