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법무부·행정안전부 업무보고에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게 보고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법무부가 8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중대범죄수사청(수사청) 신설로 대표되는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 방안’을 검토하겠다면서도 ‘국민 공감대’를 전제 조건으로 달았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를 목표로 삼되, 지난 1월부터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 제도적 안착을 거듭 당부했다. 청와대와 정부가 수사청 신설에 관한 이른바 ‘속도조절론’에 방점을 찍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법무부는 이날 청와대에서 새 형사사법시스템 안착과 검찰조직 개편 등의 내용을 담은 ‘2021년 업무 추진계획’을 문 대통령에게 보고하며 “수사 권한 남용을 방지하고 인권보호관으로서 검찰의 위상을 정립하기 위해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수사·기소 분리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심우정 기획조정실장은 이날 언론브리핑에서 “새 시스템 안착과 반부패 수사 역량이 후퇴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며 “국회와 검찰 등 유관기관과 충분히 소통해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수사·기소 분리 방안이 마련되도록 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여당이 추진 중인 수사·기소권 분리에 보조를 맞추면서도, 국민 공감과 새 시스템 안착 등을 이유로 속도조절론에 무게를 둔 것이다. 경찰의 수사 역량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사·기소권 분리 ‘속도전’이 범죄 대응 공백을 키운다는 우려와 검찰 쪽 반발 등을 염두에 둔 대응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도 이날 업무보고를 받으며 견제와 균형, 인권 보호를 위한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가 “꾸준히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면서도, 충분한 논의를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수사·기소권 분리와 관련해 “입법의 영역이지만 검찰 구성원을 포함한 다양한 의견수렴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실현 방안에 대해서는 절차에 따라 질서 있게, 그리고 개혁의 안착까지 고려해가면서 책임 있는 논의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여권의 수사청 추진 이후 문 대통령이 수사·기소권 분리에 관해 직접 공개적인 발언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또 “검찰은 우리 사회 정의 실현의 중추이자, 가장 신뢰받아야 할 권력기관”이라며 “검찰개혁은 검찰 스스로 개혁에 앞장서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검찰 수사가 자의적이거나 선택적이지 않고 공정하다는 신뢰를 국민에게 드릴 수 있어야 한다”며 “사건 배당에서부터 수사와 기소 또는 불기소 처분에 이르기까지, 권한을 가진 사람이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규정과 기준에 따라 공정하게 이뤄지는 제도 개선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수사청 추진에 반발해 사퇴하고 청와대와 여당이 ‘속도조절’을 하더라도, 지금껏 정부가 추진했던 검찰개혁을 멈추겠다는 뜻은 아니라는 점을 거듭 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른 후속 조처와 자치경찰제 시행 등과 관련한 정책 방향을 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행안부는 경찰 수사의 완결성을 높이기 위해 수사심사관과 책임수사지도관, 경찰수사시민위원회 등의 3중 심사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검찰과 경찰의 ‘유기적 협력’과 ‘긴밀한 협의’를 여러 차례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는 두 기관이 입장이 다를 수 있었겠지만, 이제는 유기적 협력으로, 국가 수사기관의 대응 역량을 극대화해야 한다”며 “검찰과 경찰의 유기적 협력은 수사권 조정을 마무리 짓는 중요 과제”라고 말했다. 경찰이 진행 중인 3기 새도시 투기 의혹 사건 수사와 관련해서도 문 대통령은 검찰을 향해 “수사 노하우, 기법, 방향을 잡기 위한 경찰과의 ‘유기적인 협력’”을 특별히 주문했다.
옥기원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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