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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벼·고구마에 주말농장까지…혀 내두르는 LH 직원들의 ‘무늬만 농사’

등록 2021-03-09 18:11수정 2021-03-10 02:30

LH 투기 의혹 직원들 농업경영계획서 보니
LH 직원이 매입한 경기도 과림동의 한 농지. 강재구 기자
LH 직원이 매입한 경기도 과림동의 한 농지. 강재구 기자

“농지는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소유하지 못한다.”(농지법 6조 1항)

헌법이 정의하고 있는 ‘경자유전’의 원칙은 땅투기 앞에서 언제나 무력했다. 광명·시흥 새도시 투기 의혹을 받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엘에이치) 직원들 역시 허술한 법망을 피해 다양한 방식으로 ‘무늬만 농사꾼’ 행세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9일 <한겨레>가 국회를 통해 확보한 광명·시흥 새도시 예정지 농지를 매입한 엘에이치 직원들의 농업경영계획서를 보면, 이들은 하나같이 벼농사를 짓거나, 고구마·옥수수를 주로 재배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했다. 그러나 실제 이들은 농작물 대신 묘목을 심어놓거나, 농사짓는 시늉만 한 것으로 보인다. 직장인의 ‘로망’인 주말농장도 이런 편법·탈법에 활용됐다.

경기도에 사는 엘에이치 직원 ㄱ씨는 2017년 8월 1억8100만원에 경기 광명시 옥길동의 한 농지(526㎡)를 매입하고 농업경영계획서에 ‘고구마’를 재배할 것이라고 기재했다. 하지만 ㄱ씨는 고구마 대신 버드나무의 일종인 용버들을 빼곡하게 심었다. 묘목은 토지보상 시 이식비용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용버들은 같은 면적에 다른 묘목보다 더 많이 심을 수 있고 별다른 관리가 필요하지 않다.

2019년 6월 경기 시흥시 과림동 농지를 산 엘에이치 직원 4명은 벼를 재배하겠다는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했다. 농사짓기에 넓은 면적임에도 이들은 노동력 확보 방안에 ‘일부 고용’, ‘일부 위탁’ 대신 ‘본인과 배우자’라고 기재했다. 그러나 현재 해당 농지에는 묘목으로 추정되는 작물이 심겨 있다. 인근 주민은 “원래 논이었는데 (엘에이치 직원들이) 매입하더니 나무인지 뭔지를 심었다. 잡초도 안 뽑고 오지도 않더라. 눈으로만 봐도 투기 같다”고 말했다.

농지법에서는 농업인이 아니더라도 1000㎡ 미만 농지는 주말·체험 영농 목적이라면 일반인도 취득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교묘하게 활용한 엘에이치 직원도 있었다. 경기도 거주 엘에이치 직원 ㄴ씨는 경기도 광명시 노온사동 농지(992㎡)를 배우자와 3억1500만원에 매입한 뒤 ‘주말·체험 영농’ 목적으로 농지취득 자격을 얻었다. 1000㎡ 미만 규정을 노린 셈이다. 인근의 한 농민은 “지난해까지는 임차인이 벼농사를 지었는데 올해부터는 아무도 나오지 않는다. 땅 주인을 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강재구 이주빈 기자 j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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