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포지역 청소년 71명 설문 결과
절반 이상 계약서 없거나 몰라
업체, 부모 동의서 안 받고 일 시켜
사고 경험 30명 중 산재 처리 4명뿐
청소년유니온, 내일 노동실태 토론회
절반 이상 계약서 없거나 몰라
업체, 부모 동의서 안 받고 일 시켜
사고 경험 30명 중 산재 처리 4명뿐
청소년유니온, 내일 노동실태 토론회

한 배달노동자가 도로를 주행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업체는 “배달 건수 못 채우면 맞는다”
고객은 “하라는 공부 안 하고…” 욕설
고객은 “하라는 공부 안 하고…” 욕설
사고 나면 수리비 빚으로 달아놔
나이·배달노동 자체 문제 삼기도 “한 업체는 ‘거기 들어가면 못 나온다’고 소문이 났어요. 한번 일하기 시작하면 그만두지 못하도록 폭행이나 (오토바이) 리스비로 압박하고, 사고 나면 수리비를 과도하게 청구해 빚으로 달아두고 계속 출근하게 해요.” 경기 군포시에서 배달노동자로 6개월간 일한 김강윤(18·이하 모두 가명)군은 배달대행업체로부터 겪은 인권침해 경험을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김군은 면접조사 내내 “업체의 보복이 두렵다”며 개인정보를 보호해달라고 신신당부했다. 16일 사단법인 유니온센터 등이 작성한 ‘내 생애 첫 번째 노동’ 보고서를 보면, 심층 면접조사에 응한 청소년 배달노동자 9명(배달노동 경력 5개월~1년)은 배달대행업체로부터 폭행과 협박, 부당행위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털어놨다. 한 업체는 이른바 ‘관리자 형’을 통해 청소년 노동자들을 통제하고 있었다. 배달 경력 11개월차인 강철민(18)군은 면접조사에서 “형들이 나이 어린 애들에게 ‘너네 40건 이상 배달 안 하면 맞는다’고 협박한다”며 “(도망가면) 페이스북에 ‘누구누구 잡히면 죽는다. 잡는 사람 5만원’ 수배를 내려서 잡히면 맞고, 돈을 뜯기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오토바이 수리 비용이나 리스비를 불법적으로 청구해 ‘족쇄’를 채우는 업체도 있었다. 10개월간 배달 경력이 있는 박승근(18)군은 “제가 고장 낸 것도 아닌데 (관리자가) 수리비를 청구하는 걸 ‘작업’이라 부른다. 어느 날 관리자가 리스한 오토바이에 스크래치와 고장이 났다면서 수백만원씩 ‘작업’을 걸고, 여기서 돈 갚으면서 일하게 하기도 한다”고 하소연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청소년 배달노동자 71명을 대상으로 오토바이 소유 여부를 물었는데, “자기 소유”라고 응답한 사람은 12명(16.9%)에 그쳤고, 임대료를 내며 사용하는 경우는 42명(59.1%)에 이르렀다. 무상으로 업체 오토바이를 사용한다는 응답은 17명(23.9%)이었다. ‘배달노동자’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회적 인식을 마주하거나 ‘어린 나이’를 문제 삼는 폭언을 들었다는 답변도 있었다. 김강윤군은 “문 앞에 두고 가라는 요청을 깜빡 잊고 벨을 눌렀는데 아기가 깼다며 ‘몇 살인데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배달을 하느냐’며 심하게 욕을 하신 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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