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월 된 입양 딸 정인 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의 공판이 열린 17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시민들이 양부모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며 팻말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양부모의 지속적인 학대로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이의 신체 손상에 대해 “부검한 아동학대 피해자 중 제일 심했다”는 부검의의 증언이 재판에서 나왔다.
17일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모 장아무개씨의 재판이 열린 서울남부지법에 증인으로 나온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의 ㄱ씨는 “부검의 셋이 함께 부검했는데 손상이 너무 심하고 상처가 여러군데 많았다. 학대냐 아니냐 고민할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국과수에서 2002년부터 부검의로 일했다는 ㄱ씨는 부검을 3800건 정도 진행했다고 증언 전 본인을 소개했다.
ㄱ씨는 정인이 몸에 있는 상처를 두고 ‘아동학대 때 흔히 발생하는 상처’라고 말하기도 했다. ㄱ씨는 “정인이 입술 위가 찢어졌다. 아동학대의 특징이다. 저 손상이 있으면 아동학대 의심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정인이의 갈비뼈 골절 흔적에 대해서도 “갈비뼈 골절은 아이들에게 안 생긴다. 다발성 골절이 있으면 학대에 의한 손상으로 추정할 수 있다. 직접 때려서 생길 수도 있고 아이 몸통을 잡아 세게 흔들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인이의 갈비뼈에는 오랜 기간에 걸쳐 생긴 것으로 보이는 7개의 골절이 있다. 정인이 팔 골절에 관해서도 ㄱ씨는 “아동학대를 시사한다. 넘어져서 이렇게 안 생긴다. 팔을 세게 잡아당길 때 생기는 아동학대의 특징적 손상”이라고 말했다.
정인이 사인은 ‘복부에 가해진 넓고 강한 외력에 의한 췌장 절단’인데 이에 대해 ㄱ씨는 “집안에서 거의 생길 수 없는 정도”라며 “배쪽에 충격을 받으면 췌장이 척추뼈에 눌려 잘릴 수 있다. (췌장 절단은)사고로 생기긴 어렵고 폭행에 의해 생겼을 거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ㄱ씨는 “앞쪽에서 정면으로 외력이 가해져야 하나”, “지속적 외력이 가해졌나”는 검사의 질문에 “맞다. 그럴 때 잘 발생한다. (외력이) 1회는 아닌 거로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양모인 장씨 쪽은 정인이를 들고 있다 떨어뜨려 복부 손상이 발생했다며 ‘살해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장씨 변호인이 심폐소생술(CPR) 과정에서 복부 손상이 발생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하자 ㄱ씨는 “심폐소생술로 이런 손상이 생기긴 어렵다. 소생술을 안 해본 사람이 배쪽을 누르면 그럴 수는 있다”고 말했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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