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비리의 상징으로 꼽혀온 상지대 전 총장 김문기씨. 연합뉴스
사학비리의 상징으로 꼽혀온 상지대 전 총장 김문기(89)씨와 경주대 전 총장 김일윤(83)씨가 전직 국회의원들의 모임인 헌정회장에 출마해 자질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김문기씨가 회원들에게 택배로 금품을 보내는 등 불법 선거운동을 벌인 정황이 포착됐다. 회원들을 중심으로 김씨에게 헌정회 명예실추에 대한 입장을 묻는 공개질의가 터져나오는 등 반대운동도 불거지고 있다.
18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김문기 후보 쪽 캠프에서 헌정회장 선거를 앞두고 전직 국회의원인 회원들에게 선물을 보내고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 ㅈ 전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번달 초 김씨가 자택으로 사골엑기스 10개들이 한 박스를 보내왔다”며 “지난 연말에도 원로회의장 김봉호와 부의장 김종하 김문기 명의로 하얀색 캐시미어 목도리를 선물로 보내 왔는데 기분이 나빠 사골과 같이 지난 2일 반송했다”고 했다. 김봉호 의장은 김씨의 선거를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ㅈ 전 의원이 제시한 반송 영수증에는 ‘사골 목도리’를 수취인 김문기 3월2일 반송한 것으로 돼 있다. ㅈ 전 의원은 “요새는 초등학교 회장 선거에서도 선물 같은 건 돌리지 않는다. 이러니 시대착오적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ㅂ 전 의원도 비슷한 시기에 같은 선물을 받았다. 그는 “연말에는 하얀색 캐시미어 목도리가 왔고 3월 초에는 사골엑기스가 배송됐다. 헌정회에서 보낸 줄 알고 있었는데 김문기씨가 보낸 거 였냐”고 되물으며 “만약 김씨가 보낸 게 맞다면 공정선거 차원에서 용납할 수 없는 짓”이라고 했다.
지난 연말, 원로회 의장 김봉호와 부의장 김종하 김문기 명의로 ㅈ 전 의원에게 배달된 캐시미어 목도리(왼쪽)과 ㅈ 전 의원이 김씨에게 받은 선물을 반송한 영수증. 수취인에 김문기라고 적혀 있다. ㅈ 전 의원 제공
실제 김씨는 민주당 출신 등 옛 야권 의원들에게 공세적인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십차례 문자와 전화를 걸어 지지를 호소하고 홍보성 언론보도와 자서전 등을 택배로 보내는 통에 회원들 사이에서 “유난스럽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다른 후보들도 하루에도 수십차례씩 전화와 문자를 보내면서 선거가 과열 양상을 띄고 있는 가운데 김씨가 최근 받은 재판에서 징역형인 집행유예가 나온 것을 두고 회원들의 공개적인 답변 요구가 터져나오는 등 반대운동도 표면화되고 있다. 김씨는 두번째 상지대 총장을 지내던 2017년 9월 학교법인 이사들과 짜고 법인 인감과 법인 카드 등을 임의로 변경해 징계처분 무효확인 소송에 대한 상고를 철회한 혐의로 1심에 이어 지난해 12월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인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바 있다. 대한민국헌정회명예실추저지회대표 이용택 외 회원 일동은 지난 16일 김씨에게 공개질의서를 보내 “언론에 보도된 형량이 상고심에서 확정될 경우 귀 회원은 ‘공직선거의 선거권 및 피선거권이 없는 자’가 되어 회장이 된다 하더라도 재선거를 해야 하는 등 심각한 파장이 예상되는데 헌정회와 헌정회 회원들의 명예 실추에 대해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공개적으로 답변해 주시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한편, 김일윤씨는 5선 의원으로 기록한 공보물을 보내거나 박관용 전 국회의장의 선대위원장 참여 운운 등으로 허위사실 기재 논란을 낳고 있다. 김씨는 2008년 허위사실 유포와 금품수수 등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1년6월의 실형이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했다. 이를 빼면 김씨의 실제 당선횟수는 4선이다. 17일 또다른 헌정회장 후보인 김동주 캠프 쪽은 회원들에게 문자를 보내 “얼마전 김일윤 후보 쪽에서 ‘박관용 전 국회의장께서 김일윤 후보의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참여하셨다’라고 전 회원들에게 공표하신 바 있다”며 “박 의장님께서는 전혀 그런 사실을 알지도 못할뿐더러, 김일윤 후보 선대위원장 직을 수락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고 김일윤씨의 해명을 요구했다.
<한겨레>는 김문기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를 걸고 문자를 남겼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일윤씨는 “나중에 통화하자”며 전화를 끊었고 이후 연락이 닿지 않았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김일윤씨가 헌정회원들에게 보낸 공보물. 국회의원 5선이라고 돼 있다. 김씨는 2008년 선거법 위반으로 1년6개월의 실형을 확정받아 의원직 상실해 당선 횟수는 4선이다. ㅈ 전 의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