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직무대행인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팀의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 수사지휘를 둘러싼 법무부와 대검찰청 간 신경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전날 박범계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대검 부장회의를 열어 사건을 재심의하라’는 지휘를 받은 대검은 이를 수용하면서도, 부장회의에 일선 고검장까지 참여하겠다는 반격 카드를 꺼냈다. 회의에서 의견이 맞설 경우 표결까지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 차장)은 18일 입장문을 통해 “(대검의 처리가) 미흡하다는 장관님의 수사지휘서 지적을 겸허히 수용해 ‘대검 부장회의’를 신속히 개최해 재심의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건을 주도적으로 조사했던 한동수 감찰부장과 임은정 감찰연구관 등 담당자의 설명을 듣고 충분한 토론을 거치겠다고도 약속했다.
다만 조 차장은 “대검에 근무하는 부장검사들만의 회의로는 공정성을 담보하기 부족하다는 검찰 내·외부의 우려가 있다”며 “검찰 내 집단 지성을 대표하는 일선 고검장들을 대검 부장회의에 참여하도록 해 공정성을 제고하고 심의의 완숙도를 높이겠다”는 조건을 달았다. 대검 부장단 대다수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임명한 인사인 만큼, 향후 회의 과정에서 의견이 맞서 표결까지 가는 상황을 고려한 포석이다. 박 장관도 이날 대검의 이런 결정에 관해 “수사지휘 내용은 부장회의지만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한 협의체 구성’ 지침상 부장회의에 고검장을 포함할 수 있게 규정돼 있어 그리하라고 했다”며 수용 의사를 밝혔다. 대검은 한 전 총리 사건 재판에서 위증한 혐의를 받는 증인 김아무개씨의 공소시효(22일) 전까지 기소 여부를 재심의해야 한다.
검찰 안팎에선 19일 오전 열릴 대검 부장회의에서 무혐의 결정이 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는 이들이 더 많다. 지난 5일 조남관 총장대행의 책임하에 ‘대검 연구관 6인 회의'를 열어 무혐의 결정을 했는데, 이를 곧바로 다시 뒤집을 명분이 없다고 보는 것이다. 결과가 뒤집히면 조 대행이 직을 내놓아야 할 상황이 될 수도 있는데, 그러기엔 검찰 조직 전체의 부담이 너무 크다는 시각도 있다. 조 대행은 이를 의식한 듯 이날 입장문에서도 “사건 처리 과정에서 공정성을 담보하고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임은정 연구관에게도 의견 표명 기회를 줬으나 스스로 참석을 거부했다”며 무혐의 처분에 문제가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와 함께 조 대행은 박 장관이 수사지휘와 별개로 지시한 법무부-대검 합동감찰에 관해서도 “비록 징계 시효가 지났으나, 적극 수용하여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전날 ‘수사팀이 재소자에게 각종 편의를 제공하며 제보자로 활용하고, 불투명한 소환조사가 이뤄진 위법·부당한 수사 정황이 확인됐다’며 합동감찰 결과에 따라 후속 조치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 장관으로서는 대검 부장회의에서 불기소 결정이 나더라도 향후 감찰을 통해 검찰의 잘못된 수사 관행을 짚어낼 또 다른 통로를 열어둔 셈이다.
한편 검찰 내부에선 박 장관의 수사지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신헌섭 서울남부지검 검사는 검찰내부망에 “(박 장관이) 정치인으로 수사지휘를 한 것인지 국가공무원으로 지휘한 것인지 의문스럽다”고 썼고, 천재인 수원지검 검사는 “검찰이 공소유지 과정에서 대체 무엇을 잘못한 것인지 검찰 구성원으로 알권리가 있다”며 대검 부장회의의 생중계를 요구했다.
옥기원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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