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이 정복을 입었더라도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고 불심검문을 하는 것은 인권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24일 경찰이 불심검문을 할 때 경찰관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진정에 대해 일부 사실을 인권침해로 인정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관할 경찰서장에게 해당 경찰관에 대해 주의 조처를 하고 소속 경찰들의 직무교육을 실시하라고 권고했다.
진정인 ㄱ씨는 지난해 8월 근무하던 가게에서 마감정리를 하던 중, 강간미수 및 준강제추행 용의자를 추적하던 경찰관에게 불심검문을 당했다. ㄱ씨는 당시 경찰관이 정복을 입었지만 신분증은 보여주지 않아 “적법절차를 위반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피진정인인 경찰은 “검문 당시 진정인이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지 않아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피진정인이 신분증을 제시할 수 없을 정도로 급박한 사정이 없었다”라며 “관련 의무가 ‘경찰관직무집행법’ 제3조에 명백히 규정돼 있는 상황에서 경찰관이 정복을 착용했다고 해서 예외로 하거나, 피검문자의 신분증 제시 요구가 있어야만 검문 경찰관의 신분증 제시 의무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이어 인권위는 “불심검문은 국민의 기본권을 법률로써 제한하는 경우이므로, 적법절차에 기반한 공권력 이행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해 급박한 현장 상황 등 별도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한 경찰관이 신분증을 제시해야 한다”며 “이는 국민의 알 권리와도 연관된다”고 밝혔다.
다만 인권위는 불심검문의 목적과 이유를 밝히지 않은 것이 부당하다는 진정인의 주장에 대해서는 “진정인이 해당 불심검문이 범인 검거를 위한 수사활동 목적이었다는 것을 인지했던 것으로 보이고, 수사의 내밀성이나 성폭력 사건의 특수성에 비추어 피진정인이 해당 사건의 구체적 내용까지 진정인에게 말할 필요는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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