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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난민이냐” “×교수”…초대받지 않은 차별·혐오, 비대면 수업 ‘로그인’

등록 2021-03-26 04:59수정 2021-03-26 07:45

신원 모를 외부인 ‘익명성’ 방패로
대학에 신분 확인 등 예방책 호소
지난 4일 오전, 서울의 한 대학교에서 학생들이 닫힌 강의실 대신에 학교 안 카페에 따로따로 앉아 온라인 수업을 받거나 공부를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지난 4일 오전, 서울의 한 대학교에서 학생들이 닫힌 강의실 대신에 학교 안 카페에 따로따로 앉아 온라인 수업을 받거나 공부를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안전한 공간이어야 하는 학교에서 인종차별이 일어나 화가 나고 씁쓸했어요. 계속 비대면 수업을 할 텐데, 또 이런 일이 생길까봐 걱정됩니다.”

25일 카자흐스탄 국적의 연세대 유학생 ㄱ(20)씨는 최근 연세대에서 한 학생이 비대면 수업 도중 인도 국적 강사에게 “난민이냐”고 말한 것에 대해 분노와 함께 심각한 우려를 드러냈다. 지난 22일 이 대학 신입생 대상 명상 프로그램 수업 도중 한 의과대학 소속 학생이 이러한 발언을 했다는 글이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면서 논란이 됐다. 이후 해당 학생은 “마이크가 켜져 있는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같이 수업을 듣던 친구가 말한 것”이라고 해명글을 올렸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이 계속되면서 익명성 뒤에 숨은 ‘혐오 발언’ 문제로 대학가가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22일에는 세종대 철학과 온라인 수업 때 신원을 알 수 없는 외부인이 접속해 음란 사진을 화면에 노출하고 욕설과 혐오 발언을 한 일이 있었다. 수업을 진행한 윤지선 교수에게 ‘×페미 교수’ ‘난 촉법소년이라 법적 대응 안 통한다’는 등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교수는 과거 작성한 논문에서 비제이(BJ) ‘보겸’의 유행어를 여성혐오적 표현으로 언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런 공격을 받아왔다. 강의 링크를 누가 외부로 유출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윤 교수의 고소(모욕·업무방해·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경찰은 25일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경찰청은 “요즘 온라인 강의와 관련된 각종 유사 범죄가 증가 추세에 있어 신속히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비대면 수업의 익명성이 혐오 문제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한다. ㄱ씨는 “대면 수업이었다면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며 “온라인 공간인 비대면 수업에서 좀 더 쉽게 혐오를 표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파키스탄 국적의 연세대 유학생 ㄴ(23)씨도 “인종차별은 어디에나 있는 문제지만, 온라인의 익명성이 이를 직접 드러내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문제는 학생들의 수업권·인권 침해로도 연결된다. 서울여대에 재학 중인 김아무개(22)씨는 “페미니즘 등 사회적 의제에 대해 말할 때 누군가 얼굴과 발언 내용을 몰래 촬영하거나 갈무리해 온라인에 올릴 수도 있다는 걱정이 든다”고 말했다. 실제 이아무개(20·청강문화산업대)씨는 온라인 수업에서 누군가 익명 댓글로 교수에게 장난을 치는 것을 목격했다. 교수가 알지 못하는 특정 인터넷 용어를 댓글로 올려 읽게 한 다음 이 영상을 갈무리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것이다. 이씨는 “수업권 침해뿐 아니라 다수에게 불쾌감을 주는 것도 문제”라며 “수업에 신분이 확인된 학생들만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희대, 한양대 등 일부 대학 총학생회는 비대면 수업에서 발생하는 인권 침해에 대한 예방 가이드라인 등을 만들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윤김진서 유니브페미 대표는 “2년째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데도 혐오 발언 관련 지침을 마련하고 교육을 하는 대학은 찾아보기 힘들다. 학교가 이제라도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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