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계급이 서로 같더라도 분대장을 공개적으로 망신 준 행위는 ‘상관모욕’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상관모욕 혐의로 기소된 ㄱ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9일 밝혔다.
ㄱ씨는 2016년 10월 같은 상병으로 분대장을 맡고 있던 ㄴ씨의 사격 성적이 자신보다 낮은 것을 확인하고 생활관에서 “너 같은 애들 때문에 사격술 예비훈련을 하는 것 아니냐. 분대장이면 잘 좀 하고, 모범을 보여라”라고 말해 분대장인 ㄴ씨를 모욕한 혐의를 받았다.
쟁점은 ‘분대장’인 ㄴ씨를 ㄱ씨의 상관으로 볼 수 있는지였다. 1심과 2심은 모두 ㄱ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앞선 원심은 ㄱ씨와 ㄴ씨가 같은 상병이기도 하고, 분대장은 분대원들에게 특정 직무에 관한 명령, 지시권을 가질 뿐 다른 분대원들과 상시적인 명령-복종 관계에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병영 생활에서 분대장과 분대원은 명령복종 관계로 분대장은 상관에 해당한다”며 원심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헌법재판소 판례를 제시하며 “‘명령복종 관계’는 법령에 의거해 설정된 상하 지휘계통 관계를 말한다. 명령권을 가지면 상관이고, 이때 계급이나 서열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국방부의 부대관리훈령에서도 “지휘자(분대장, 조장 등) 이외의 병사 간 관계는 명령복종 관계가 아니”라고 보았고, 육군규정에서도 병사 상호 간 관등성명이나 명령, 지시는 분대장을 제외하고 모두 금지하고 있었다.
대법원은 이를 토대로 분대장은 분대원에게 명령권을 가진 상관이 맞다고 보고 “원심이 상관모욕죄의 상관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원심은 분대장을 상관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해 (ㄱ씨의 행위가) 상관모욕죄에서 말하는 ‘모욕’에 해당하는지는 판단하지 않았다”며 이를 새로 심리해야 한다는 이유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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