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희수 하사의 복직과 명예회복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27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변희수 하사를 기억하는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 공동행동’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31일 ‘국제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을 맞아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위원장이 성소수자 차별 철폐를 위한 정부와 국회의 노력을 촉구했다.
최 위원장은 이날 ‘트랜스젠더는 우리 곁에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어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을 만들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트랜스젠더가 사회에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보여준다”며 “특히 국내의 경우, 트랜스젠더 인권과 관련한 법과 정책이 마련돼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사회적 편견과 차별로 인해 트랜스젠더는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데에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 위원장은 “우리는 트랜스젠더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며 평등사회를 꿈꿔왔던 극작가 이은용님, 음악 교사이자 정치인 김기홍님, 당당한 군인 변희수님을 떠나보내야 했다”며 “2020년 인권위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 결과 트랜스젠더가 직장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알린 경우는 19%에 불과했고, 정부의 각종 통계조사와 실태조사에서도 트랜스젠더의 존재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만 최 위원장은 “변화의 움직임도 있다”며 심리상담사 600명의 연대 성명, 종교계와 시민사회단체의 평등법 제정 요구, 트랜스젠더를 위한 의료진과 시설 등을 갖춘 병원, 성소수자의 건강권을 다룬 강좌를 개설한 의과대학 등을 언급했다.
최 위원장은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기 위한 우리 사회 각계각층의 노력에 정부와 국회가 함께 해야 한다”며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배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입법과 정책에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의 원칙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국회는 우리 사회의 차별을 해소하고 평등을 실현할 평등법 제정을 위한 논의를 조속히 진행해야 할 것”이라며 “인권위는 성소수자 당사자와 성소수자 인권을 위해 행동하는 모든 분들에게 지지와 연대의 뜻을 밝힌다. 어느 누구 하나 빠짐없이, 모든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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