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달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건물 들머리에서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학 동기 등이 윤 전 총장에 관한 책을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윤 전 총장이 대선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에 앞서, 측근들이 ‘윤석열 띄우기’라는 사전 정지 작업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윤 전 총장의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들은 윤 전 총장의 삶과 철학을 담을 책을 준비 중인 집필 작가를 돕고 있다. 집필 작가가 누구인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한 방송작가가 집필을 맡고 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책에는 윤 전 총장의 검사 시절과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며 정권과 갈등을 빚은 일뿐만 아니라, 유년시절의 일화까지 두루 담길 예정이다. ‘원칙과 법치를 중시한 강골검사’라는 점과 함께 인간적 면모를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의 대학 동기이자 ‘죽마고우’로 손꼽히는 이철우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동기) 몇 사람이 책 출간을 위해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며 “(윤 전 총장에 관한) 이야기를 모은다고 해서 취재에 응하는 차원에서 그와 관련한 사진과 에피소드를 동기회에 보냈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의 또 다른 대학 동기로 전직 <한국방송> 기자였던 김구철 아리랑티브이미디어 상임고문이 작가를 도와 백여명이 넘는 동기회 단체대화방 등을 통해 윤 전 총장의 사진과 학창시절 에피소드 등을 모았다고 한다. 김 고문은 “(서울대 법대)79학번이 다른 학번 선배들과 비교해도 매우 끈끈하고 힘들 때도 잘 도와왔다”며 “윤 전 총장과 친분이 두텁진 않지만 작가로부터 출간 계획을 듣고 돕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구체적인 책 내용이나 출판 시기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윤 전 총장도 이런 출간 계획은 알고 있지만, 집필 과정에 참여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총장 쪽으로 사진 등 자료 제공 요청이 들어왔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검찰 내부에서는 윤 전 총장의 정치 행보를 향한 공개적인 비판의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박철완 대구지검 안동지청장은 지난 3월31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윤석열 전 총장님 관련 뉴스를 접하면서’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이 글에서 최근 윤 총장의 정치적 행보를 겨냥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에 대한 국민의 염원과 모순되어 보인다”며 “고 비판했다. 그는 “전직 총장이 어느 한 진영에 참여하는 형태의 정치활동은 아무리 생각해도 법질서 수호를 위한 기관인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에 대한 국민적 염원과 모순돼 보인다”며 “검찰 수장이었던 분으로서, 남은 인생의 중요한 선택을 해 나감에 있어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을 늘리는 방향이 무엇인가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4일 사실상 정계진출을 시사하며 사퇴한 윤 전 총장은 최근 보수언론과 인터뷰 등을 통해 ‘엘에이치(LH) 사태’와 4·7재보선 등과 관련한 정치적 발언을 꾸준히 쏟아내고 있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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