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정 부장이 뇌피셜로 넘어뜨려” 정진웅 “이건 공무집행”

한동훈-정진웅 ‘검사 육탄전 뒤’ 영상 법정 공개
‘결정적 장면’은 빠져…폭행 여부 놓고 공방 계속

압수수색 과정에서 독직폭행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가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른바 ‘검·언 유착’ 수사 과정에서 한동훈 검사장을 폭행한 혐의(독직폭행)로 재판에 넘겨진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의 공판에서 ‘물리적 접촉’ 뒤 상황이 담긴 동영상이 공개됐다. 다만 ‘결정적 장면’은 담기지 않는 터라, 이날도 양쪽은 폭행 여부를 놓고 공방을 이어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양철한) 심리로 5일 열린 정 차장검사의 세 번째 공판에서는 한 검사장과 정 차장검사의 육탄전이 벌어진 뒤의 상황이 담긴 영상이 약 1시간에 걸쳐 재생됐다. 이 영상은 사건이 벌어진 법무연수원 관계자 및 검·언 유착 수사팀이 찍은 것으로,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는 육탄전 장면은 압수수색 영장 집행 당시 한 검사장이 영상촬영을 거부하면서 담기지 않았다. 앞서 검·언 유착 의혹 수사팀장이었던 정 차장검사(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는 지난해 7월 법무연수원 용인분원 사무실에서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유심칩을 압수한다며 한 검사장을 넘어뜨려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영상을 보면, 한 검사장은 ‘변호인과 통화하기 위해 휴대전화 잠금해제를 하고 있는데 정 차장검사가 갑자기 넘어뜨렸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당시 한 검사장은 검·언 유착 의혹에 연루돼 휴대전화 유심칩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된 상태였는데, 한 검사장이 변호인과 상의하기 위해 소파에 앉아 휴대전화를 들고 비밀번호를 해제하던 중 정 차장검사가 갑자기 휴대전화를 뺏으려 하면서 자신의 어깨를 눌러 소파 아래로 밀어 넘어뜨렸다는 것이다. 영상에서 한 검사장은 정 차장검사를 향해 “이 휴대폰으로 변호인한테 전화한다고 했고 (정 차장검사가) 허락하지 않았느냐”, “정 부장이 (증거인멸인 줄 알고) 뇌피셜로 나를 넘어뜨렸다. 사과할 생각 없느냐”, “당신은 나한테 범죄를 저지른 것”이라고 말한 뒤 현장에서 직접 정 차장검사에 대한 고소장을 작성하는 모습 등이 담겼다.

반면 정 차장검사는 한 검사장이 페이스 아이디(얼굴 인식 해제)로 해제하도록 설정해놓고 휴대전화 화면을 누른 건 휴대전화를 초기화하려는 증거인멸 시도로 보였고, 이를 제지하려다 중심을 잃고 한 검사장과 함께 바닥으로 떨어졌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영상에서 정 차장검사는 “(휴대전화를) 보여주면 됐지 않았나. 달라고 하면 주면 되는데 왜 피했느냐”, “압수수색 목적을 이루기 위해 제지한 것”, “이걸 왜 (독직폭행) 범죄라고 평가하느냐, 이건 공무집행”이라고 응수했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는 현장을 목격한 ㄱ수사관이 증인으로 출석해 ‘한 검사장에게 증거인멸의 정황은 못 느꼈다’, ‘정 차장검사가 휴대전화를 뺏으려 하자 한 검사장이 몸을 뒤로 젖히며 피했다’는 취지로 답했다. 앞서 같은 현장에 있었던 ㄴ수사관도 이전 공판에 출석해 비슷하게 증언한 바 있다.

신민정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