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운동부 3명 중 1명이 욕설과 협박, 비하 등을 경험한 적이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6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공개한 ‘학교운동부의 폭력 문화·관습에 대한 직권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29.1%가 비하나 욕설, 협박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25.6%가 학년 전체 기합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권조사는 전문운동선수 100명 이상, 운동부 9개 이상의 대규모 운동부가 있는 9개 대학교 선수 258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7월~8월과 10월 두 차례 진행됐다.
인권위는 조사결과에 대해 “(2019년 조사보다)신체폭력과 성폭력은 많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2019년 전수조사에서는 31%의 선수들이 언어폭력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것을 감안할 때 여전히 대학 운동부 내 욕설(언어폭력) 등의 폭력이 개선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일상적 통제가 심해졌다는 결과도 나왔다. 직권조사에 응답한 대학 운동부 선수 중 38%는 외박이나 외출 제한을 경험했고 37.2%는 두발 길이, 복장 제한을 받았다고 답했다. 선배 심부름이나 빨래, 청소를 강요받았다는 응답(32.2%)도 있었다. 인권위는 “거의 대부분의 선수들이 1학년 때 빨래, 청소, 기타 잡일들을 수행한다고 했다. 직권조사 대학 선수 중 일부는 선배들이 기숙사에서 본인의 일상 업무를 대신 수행할 1학년을 직접 선택하여 같은 방으로 배치하기도 한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인권침해적 행위가 한 달에 1~2회 있었고(24.8%) 매일 있었다는 응답도 21%로 집계됐다. 이를 거부하면 선배들로부터 집합(33.8%), 욕설(31.8%), 외출·외박 금지(27.4%) 등 폭력 행위를 경험했다는 응답도 나왔다. 인권위는 ‘2019년 인권위 대학교 인권상황 실태조사’와 비교하며 “상황이 전년도에 비해 나아지지 않았으며, 오히려 일상 활동에 있어 통제의 강도가 더 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2019년 조사에선 응답자 25.9%가 외박·외출 제한, 24.9%가 빨래와 청소 강요 등을 받았다고 답했다.
조사결과 구타, 일상 통제 등에 관해 저학년과 고학년과의 시각차도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박·외출 제한에 대해 저학년일수록 ‘불가피하다’고 보는 비율이 낮았다.(1학년 24.7%, 2학년 27.9%, 3학년 30.2%, 4학년 47.8%), 구타 역시 ‘불가피하다’는 응답이 저학년으로 갈수록 낮게 집계됐다. (1학년 21.3%, 2학년 24.6%, 3학년 26.4%, 4학년 34.8%). 또 저학년일수록 위계와 서열이 엄격하다고 인식하는 비율이 높았다. (1학년 20.2%, 2학년 14.8%, 3학년 7.5%, 4학년 8.7%). 인권위는 “위계·서열이 엄격할수록 고학년이 되면 위계의 정점으로 나아가기 때문에 소속된 운동부의 위계 문화에 대해 둔감할 수 있다”고 응답 결과를 분석했다. 응답자들은 폭력과 일상 통제 등의 가해자로 주로 선배 선수(65.6%)나 지도자(50.3%)를 꼽았다. 숙소(67.5%)나 운동하는 곳(49.5%)에서 주로 폭력과 통제 행위 등이 발생했다.
응답자 절반 이상이 ‘폭력 행위가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고 답했다. 폭력과 통제를 당한 뒤 느끼는 감정에 대한 질문(복수응답)에 응답자들 62.4%는 해당 행위를 왜 당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답했고, 35.7%는 ‘운동을 그만두고 싶다’, 31.2%는 ‘모욕과 분노 등을 느꼈다’고 답했다.
이에 인권위는 “대학 운동부 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폭력적 통제에 대해 대학·정부·체육 관계기관 모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고, 관련 정책도 체계적이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대한체육회, 운동부를 운영하는 주요 대학 및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위계적 문화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괴롭힘, 인권침해 등 폭력적 통제에 대한 규제 및 예방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