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통합진보당 당원들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수갑을 풀어달라는 당사자와 변호인 요구를 거부하고 피의자 신문을 한 검찰의 행위는 위법하다는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박민정 전 통진당 청년위원장 등 3명이 정부와 홍승표 검사(현 서울중앙지검 부부장)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300만~500만원을 배상하도록 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8일 밝혔다.
2015년 이른바 ‘통진당 지하혁명조직(RO) 사건’ 당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박 전 위원장은 당시 수원지검에서 홍승표 검사로부터 피의자 신문을 받았다. 당시 교도관은 박 전 위원장이 검사실에 입실하기 앞서 포승을 풀어줬지만, 수갑은 풀지 않았다. 이에 변호인인 박치현 변호사가 홍 검사에게 박 전 위원장의 수갑을 풀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홍 검사는 수갑 해제요청을 거부한 뒤 인정신문을 진행했고, 박 변호사가 15분가량 항의하자 홍 검사는 ‘수사방해’에 해당한다며 박 변호사를 강제로 퇴거시켰다. 이 과정에서 박 변호사는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었다. 당시 구속 상태였던 우위영 전 대변인 역시 수갑을 찬 채로 변호인 참여 없이 수원지검에서 피의자 신문을 받았다.
그 뒤 박 전 위원장 등 3명은 당시 검찰의 직무행위가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국가와 홍 검사 등을 상대로 500만~1000만원의 위자료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홍 검사 등은 “구속 피의자의 도주, 자해 등을 방지하기 위해 관련 규정에 따라 수갑을 채우는 것이 가능하다”며 책임을 부인했다.
하지만 1심과 2심은 검찰의 행위를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판단해 국가와 홍 검사에게 정신적 손해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1심은 박 전 위원장과 박 변호사에게 위자료 200만원씩을, 우 전 대변인에게는 1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심은 “정의를 실현하고 인권을 수호하는 공익의 대표자인 검사가 헌법상 기본권 보장과 직결되는 절차적 규정을 위반해 국민의 기본권을 직접 침해한 것은 위법성이 크다”며 배상액을 높여 박 전 위원장 등에게 500만원, 우 전 대변인에게 3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도 이런 항소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구속피의자가 도주, 자해, 다른 사람에 대한 위해 등을 행할 분명하고 구체적인 위험이 드러나지 않았고, 검사도 이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던 것으로 보임에도 검사는 보호장비(수갑) 해제요청을 거부하거나 해제요청을 하지 않은 채 피의자 신문을 진행했다. 이를 항의하는 변호인을 퇴거시킨 검사의 행위는 위법하므로 대한민국과 검사가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한 원심을 수긍한다”며 양쪽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대법원은 2심과 동일하게 홍 검사에게도 배상책임을 지우면서 “(이 사건에서) 원심이 인정한 검사의 손해배상 책임은 중과실에 의한 것으로 보기에 충분하다”고 밝혔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공무원의 직무수행 중 불법행위로 타인이 손해를 입었을 때, 해당 공무원에게 고의나 중과실이 있었다고 인정될 경우 손해배상책임을 공무원에게도 물을 수 있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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