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시술 산부인과 무더기 적발… 일부선 비밀장부 관리도
경찰이 일부 산부인과 병·의원들이 무더기로 불법 낙태 시술을 한 혐의를 잡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또 불법낙태에 따른 태반과 사태아(死胎兒)까지 대규모로 불법 유통된 사실이 경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전북 전주중부경찰서는 31일 산부인과 병·의원에서 나온 신생아 태반을 불법으로 유통시키고 관련 문서를 폐기한 혐의(폐기물관리법 위반 등)로 신아무개(45)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태반 처리업체인 ㅊ산업 직원인 신씨는 2003년 5월부터 10월까지 전주시내 산부인과 병·의원 10여곳에서 낙태 시술로 적출된 태반을 수집해 제약회사로 넘기는 과정에서 태반 50여개를 빼돌려 “건강에 좋다”며 아내 등 가족들에게 먹인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신씨는 사태아 처리 관련문서를 없애고 병원으로부터 받은 태반 및 사태아 처리비용 17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도 사고 있다.
경찰은 신씨가 사태아 300여건의 처리도 정상적으로 하지 않은 혐의를 잡고, 불법 유통 등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현행 폐기물관리법은 임신 4개월 이상된 상태에서 숨진 태아는 화장 등 적법한 절차에 따라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함께 경찰은 “신씨가 태반과 사태아를 수거한 전주시내 산부인과 병·의원 10여곳 모두 불법낙태 시술을 한 것으로 드러나, 이들 병·의원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ㄱ산부인과는 2003년부터 2004년까지 2년여간 100여건 이상의 불법 임신중절 수술을 했다. 또 ㄴ산부인과는 비밀장부에 기록하며 불법낙태시술을 해왔으며, 특히 임신 36~40주의 태아에 대해서도 낙태수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나머지 산부인과 병·의원들도 임산부의 나이와 임신기간 등을 무시한채 연간 수십여건의 불법 낙태수술을 해왔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기록이 남아있지 않은 사례를 포함하면 이들 병·의원의 불법 수술 건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나머지 지역도 상황은 비슷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에서 파악된 불법 낙태는 빙산의 일각으로 보인다”며 “불법 낙태수술을 한 병·의원의 의사 10여명에 대해서도 사법처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주/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